라이스 전 국무장관 등 입회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 둘러쳐져 있던 금녀(禁女)의 벽이 마침내 무너졌다.

세계최고 권위의 마스터스 개최지인 미국 조지아주 소재 오거스타 내셔널 클럽은 20일(현지시간)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투자회사인 `레인워터'의 파트너인 여성 사업가 달라 무어가 새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발표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지냈던 빌리 페인 클럽 회장은 이날 이메일 성명에서 "항상 그랬듯이 시간을 두고 새 회원 후보의 자격 심사를 엄격히 진행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페인 회장은 "콘돌리자와 달라에 대한 (심사) 과정도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그동안 여성의 입회 허용을 강력히 요구해온 여성 단체 등 진보 진영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란 반응이 지배적이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1933년 골프의 명인으로 불리는 보비 존스와 월스트리트의 자본가인 클리퍼드 로버츠의 주도로 문을 연 이후 남자만 회원으로 받아왔다.

1990년 론 타운센드 `개닛 TV' 회장을 시작으로 흑인에게도 문호가 개방됐으나 여성단체의 극렬한 반발에도 오거스타 내셔널 측은 "우리는 사내들만의 사교 모임"이라며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다.

이처럼 요지부동이었던 오거스타 내셔널의 성차별이 이번에 허물어지게 된 것은 마스터스의 오랜 후원사인 IBM 최고경영사(CEO)의 자동 회원 입회 논란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클럽 측은 올해 대회를 앞두고 `관례'에 따라 여성인 버지니아 로메티 CEO에게 회원 자격을 줘야 했지만 여성이란 이유로 이를 지키지 않았다.

로메티가 끝내 마스터스 외빈 환영식에 회원이 입는 `그린 재킷'을 걸치지 않은 상태로 나타나자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 등 언론까지 들고 일어나 비난을 퍼부었다.

뉴욕타임스는 현장에 간 여기자가 기자회견장에서 페인 회장을 향해 `차별 철폐'를 요구한 뒤 취재를 거부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여성 입회가 허용됐지만, 외부 압력에 의한 이번 변화가 마스터스 흥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는 예단할 수 없다.

금녀의 벽이 마스터스만이 가진 `신비주의'를 만들고 고조시키는 데 크게 작용한 탓이다.

벌써부터 오거스타 현지에선 여자 마스터스가 같은 장소에서 열릴 날도 머지않았다면서 `여풍'이 가져올 여론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애틀랜타연합뉴스) 김재현 특파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