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푸시 라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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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영국 4인조 펑크록 밴드 섹스 피스톨즈는 1977년 6월 엘리자베스 2세 즉위 25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여왕을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내용의 앨범을 발표했다. ‘여왕은 인간이 아니지/영국의 꿈에는 미래가 없어/원하는 것도 듣지 못하고 필요한 것도 듣지 못하지.’ 영국 전역이 발칵 뒤집혔지만 이들은 보트를 빌려 국회의사당이 마주 보이는 템스 강 위에서 광란의 공연까지 펼쳤다. BBC를 비롯 대다수 방송사가 이 곡의 방송을 금지시켰는데도 발매 5일 만에 15만장이 팔리며 싱글 차트 2위로 뛰어 올랐다.
1960~1970년대 반항하는 젊은이들을 강한 비트의 전자음으로 사로잡은 대중음악이 록이다. 비틀즈 등장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전 세계 젊은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렇다고 록이 저항만 한 건 아니다. 아일랜드 출신 록 가수 밥 겔도프는 1986년 32세의 나이에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에티오피아 난민돕기 자선음반 제작과 콘서트를 연 공로였다. 스팅, 필 콜린스, 폴 매카트니 등 41명의 뮤지션을 규합해 만든 ‘밴드 에이드’의 싱글앨범은 단기간에 300여만장이나 팔려 나갔다. 나중에 겔도프는 노벨상이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 섭섭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내가 상을 받았다면 명예와 인기가 올라 정상에 섰을 것이다. 그러면 위선자나 다를 바 없다.”
러시아 여성 펑크록 인디밴드 ‘푸시 라이엇’ 멤버 3명이 징역 2년을 선고받자 가혹하고 불합리한 판결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월21일 복면을 한 채 모스크바 구세주그리스도대성당 제단에 허락 없이 올라가 ‘성모여, 푸틴을 쫓아내소서’라는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는 죄목이다. 1분여 만에 경비원에게 쫓겨났지만 당시 영상으로 만든 뮤직비디오가 인터넷을 타고 퍼지면서 파문이 커졌다.
선고일 법정에선 “나라 망신이다” “창피한 줄 알라”는 야유가 터졌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시위도 벌어졌다. 푸시 라이엇을 고발한 러시아정교회조차 “신성모독 행위를 저지른 건 사실이지만 관대하게 처분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성명을 냈다. 해외에서도 ‘표현의 자유와 정의에 대한 졸렬한 희롱’(국제사면위원회) ‘푸틴 정권이 자행해 온 사회정의 훼손의 절정’(파이낸셜타임스) ‘중세 절대왕정의 재현’(가디언) 등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푸틴 정권에 억눌려왔던 사람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를 더 자유로운 나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성세대에 도전하는 질풍노도의 젊은이들은 언제,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다. 뒤늦게 러시아에서 발현된 록의 저항정신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1960~1970년대 반항하는 젊은이들을 강한 비트의 전자음으로 사로잡은 대중음악이 록이다. 비틀즈 등장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전 세계 젊은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렇다고 록이 저항만 한 건 아니다. 아일랜드 출신 록 가수 밥 겔도프는 1986년 32세의 나이에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에티오피아 난민돕기 자선음반 제작과 콘서트를 연 공로였다. 스팅, 필 콜린스, 폴 매카트니 등 41명의 뮤지션을 규합해 만든 ‘밴드 에이드’의 싱글앨범은 단기간에 300여만장이나 팔려 나갔다. 나중에 겔도프는 노벨상이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 섭섭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내가 상을 받았다면 명예와 인기가 올라 정상에 섰을 것이다. 그러면 위선자나 다를 바 없다.”
러시아 여성 펑크록 인디밴드 ‘푸시 라이엇’ 멤버 3명이 징역 2년을 선고받자 가혹하고 불합리한 판결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월21일 복면을 한 채 모스크바 구세주그리스도대성당 제단에 허락 없이 올라가 ‘성모여, 푸틴을 쫓아내소서’라는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는 죄목이다. 1분여 만에 경비원에게 쫓겨났지만 당시 영상으로 만든 뮤직비디오가 인터넷을 타고 퍼지면서 파문이 커졌다.
선고일 법정에선 “나라 망신이다” “창피한 줄 알라”는 야유가 터졌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시위도 벌어졌다. 푸시 라이엇을 고발한 러시아정교회조차 “신성모독 행위를 저지른 건 사실이지만 관대하게 처분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성명을 냈다. 해외에서도 ‘표현의 자유와 정의에 대한 졸렬한 희롱’(국제사면위원회) ‘푸틴 정권이 자행해 온 사회정의 훼손의 절정’(파이낸셜타임스) ‘중세 절대왕정의 재현’(가디언) 등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푸틴 정권에 억눌려왔던 사람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를 더 자유로운 나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성세대에 도전하는 질풍노도의 젊은이들은 언제,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다. 뒤늦게 러시아에서 발현된 록의 저항정신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