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로스차일드가(家)의 원로가 유로화 하락에 거액을 베팅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로드 제이컵 로스차일드(사진)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헤지펀드인 RIT캐피털파트너스의 자산 19억파운드 중 약 7%인 1억2800만파운드(약 1452억원)를 유로화 하락에 투자했다고 18일 보도했다.

지난 1월 3%에 비해 비중을 크게 늘렸다. 유로화 가치가 앞으로 계속 하락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이다.

반면 RIT는 지난 5월 미국 록펠러파이낸셜서비스의 지분 37%를 인수하는 등 달러화 자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

RIT캐피털 관계자는 “유로화 하락에 투자하는 건 우리만의 독단적인 전략이 아니라 일반적인 전망”이라고 말했다.

유로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은 로스차일드뿐이 아니다. 메리 캘러한 에도스 JP모건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미국 경제방송 CNBC 주최로 열린 콘퍼런스에서 최고의 투자 아이디어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유로화를 공매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대형 펀드들의 투자는 실제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1992년 조지 소로스가 이끈 퀀텀펀드는 영국 파운드화 하락에 10억달러를 베팅했다.

다른 펀드들도 소로스의 투자에 동참하면서 당시 파운드화 가치는 20% 넘게 폭락했고 영국 중앙은행이 파산하는 ‘검은 수요일’을 불러왔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