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3분기 실질성장률이 ‘0% 수준’에 근접할 수 있다는 경고성 전망이 한 민간연구기관에 의해 나왔다. 전(前)분기 대비 0%대 성장률 전망은 상당 정도 예견됐다. 지난 2분기 성장률은 0.4%로 1분기 성장률 0.9%의 반 토막에도 못 미치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의 우리나라 ‘연간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5%다. BoA메릴린치는 1.8%까지 보고 있다. 이제 정부의 연초 전망치 3.5%는 공허한 숫자가 됐다. 우리경제의 연간 성장률은 2%대가 확실시되고 있다.

1000조원이라는 미증유의 가계부채를 안고 있는 우리경제가 ‘2%대의 성장속도’로 순항할 수는 결코 없다. 저성장으로 가계부문의 소득과 고용상황이 조금만 나빠지면 가계부채는 ‘폭탄’으로 터질 수 있다. 저성장 자체가 시한폭탄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위기상황이지만, 정치권은 태평스럽다. 겨우 나온 대안이 ‘추경편성’ 요구다.

정치권은 저성장을 불가항력으로 치부함으로써 ‘위기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 그동안 외부 요인으로 지목돼온 남유럽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는 저성장을 합리화시키는 ‘방패’가 될 수 없다. 현재의 대외환경이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상황보다 결코 불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저성장은 ‘자업자득’의 성격이 짙다. 정제되지 않은 경제민주화 논의가 투자와 소비심리를 극도로 얼어붙게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상증자 및 기업공개(IPO) 실적은 각각 6664억원과 24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8%, 84.6% 급감했다. 2000년 이후 최저치다. 유상증자와 기업공개는 속성상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지만, 전년 동기 대비 ‘7분의 1’로 줄었다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이는 기업들이 지금은 “기업공개와 유상증자의 때가 아니다”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투자 위축’은 불문가지다. 또한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올 2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명목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지만 평균소비성향은 74.1%로 떨어져, 조사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지갑을 열지 않으면 내수가 힘을 받을 수 없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단기적 성장률 하락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는 정치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작위적 개념이다. 경제민주화의 근거로 제시되는 헌법 제119조는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되, 필요한 경우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로 요약된다. 전형적으로 ‘원칙과 보칙’의 관계다. 1항을 가리고 2항을 앞세워 ‘경제민주화’로 칭한 것 자체가 작위적이다.

19대 국회의 경제민주화 입법경쟁은 ‘입법공장’을 연상케 한다. 19대 국회가 구성된 5월30일부터 7월17일까지 49일 만에 653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하루 평균 13.3개인 셈이다. 주요 입법안을 보면, ‘국가발주 사업에의 대기업 참여제한, 중소기업 업종별 협동조합에의 납품단가 조정협상권 부여, 파견근로자 보호를 위한 상급노동단체에의 차별시정 신청권 부여, 순환출자 및 일감몰아주기 금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경제범죄의 형량 상향 조정’ 등이다.

경제민주화는 이성에 입각한 인위적 질서로 시장 질서를 대신하는 ‘설계주의’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강자의 것을 덜어내 약자로 돌리는 ‘재량적 처분’을 마다하지 않는다. 젖을 먹기 위해서는 힘차게 울어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국가개입주의에 지대추구행위’가 더해진 최악의 조합이 될 수 있다. 경제민주화는 증오를 유발할 수도 있다. 김승연 회장의 1심 판결에 경제민주화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보이긴 결코 쉽지 않다.

경제는 자전거와 같다. 전 분기 대비 0% 경제성장률은 자전거가 조금도 앞으로 나가지 못함을 의미한다. 성장률이 떨어져 자전거가 넘어지면 죽어나는 것은 서민들이다. 경제는 생물이기에 기계처럼 세울 수 없다. 정치인들은 지금도 유권자가 반길 만한 것들을 경제민주화라는 ‘쇼핑카트’에 담기 바쁘다. 경제민주화를 향한 정치권의 ‘비이성적 과열’로 우리 경제의 성장판이 닫히고 있다.

조동근 < 명지대 교수·경제학 한국하이에크 소사이어티 회장 dkcho@mj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