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게 빨리 공사를 진행하다가 불이 난 거라니요? 그건 건설공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얘깁니다. 시공기술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다면 그렇게 해석할 수 없죠.” 지난 13일 발생한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화재사고 현장에서 만난 시공사 관계자는 최근 일부에서 제기된 ‘공기단축 원인론’을 강하게 반박했다.

공사장 인부 4명의 목숨을 앗아간 국립현대미술관 화재참사에 대한 사고원인을 두고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유족과 현장 인부들은 “현 대통령 임기 내 건물 준공을 위해 공사속도를 과도하게 몰아가는 과정에서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유족 관계자는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우레탄 공사와 용접작업을 병행한 데다 공사현장 내 소화기나 비상 유도등을 전혀 설치하지 않았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건축설계자인 한 교수도 “해당 건물은 건축면적과 유적(문화재)을 보관하는 특수건물인 점을 감안하면 공사기간을 4년 정도는 잡아야 하는데, 20개월 내 완공계획을 세운 것은 무리였다”며 “시공기간을 늦춰달라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시공사 측은 “대지 면적은 넓지만 건물 층수가 3층 정도의 저층 건물이어서 골조공사 기간이 짧은 데다, 화재가 날 만한 작업지시도 하지 않았다”며 “전문지식에 기반을 두지 않은 억측을 자제해 달라”고 했다.

구체적인 화재원인은 관계당국의 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시공사의 ‘현장안전 소홀’에 대한 총체적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사고현장 건설사는 시공능력순위 ‘톱5’에 드는 대형 업체인 데다, 화재방재분야 기술이 탁월하다는 점을 강조해온 회사였다. 지난 3월에는 외국에 의존하던 초고층 건물 화재방지 구축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홍보했다. 당시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도 화재 위험성 평가 시스템 등 관련 기술을 꾸준히 개발, 화재방재분야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랬던 기업이 ‘글로벌’은 고사하고 안방 현장의 화재위험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꼴이 됐다. 첨단전문기술의 선두주자라는 거창한 구호도 허술한 현장관리로 인해 허언이 되고 말았다. 국내 건설업계 전체가 ‘공사현장 안전불감증’에 대해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정소람 건설부동산부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