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갈치' 밥상서 사라질 위기
‘국민 생선’ 수난 시대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대표 어종인 갈치 어획량이 최근 급감하고 있다. 어민들이 치어(어린 고기)까지 마구 잡아들이면서 씨가 말라가고 있는 것이다. 한때 산처럼 잡힌다고 ‘산태’로 불리던 명태, 흔해서 쥐포로 만들던 쥐치가 어느새 자취를 감춘 것과 비슷한 경로다. 정부는 결국 보호가 절실한 일부 어종에 대해 3~5년간 어획을 전면 금지하는 ‘모라토리엄’ 조치를 검토하고 나섰다.

농림수산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14일 “갈치와 오분자기, 쥐치 등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는 어종에 대해 최근 몇 년간 심층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며 “연말에 결과가 나오면 보호가 필요한 어종들에 대해 연중 어획금지(모라토리엄)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분별한 연근해(沿近海·가까운 바다) 남획으로 인해 수산자원이 급감, 회복이 불가능한 지경에 내몰리기 전에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지금도 정부는 수산자원관리법령 개정을 통해 연어와 전어, 참조기 등 어류 8종에 대해 일정 기간 동안 어획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산란기 몇 개월간 어획을 중단해 자원량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모라토리엄은 일부 어종을 보존 어종으로 지정, 연중 내내 어획을 금지하는 조치여서 강도가 한층 세다. 고래와 베링해에서 잡히는 명태 등에 대해서는 국제 협약을 통해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바 있지만, 우리나라 연근해에서는 아직 선례가 없다.

정부가 모라토리엄까지 검토하는 배경에는 갈치 등 주요 어종의 지속적인 어획량 감소가 자리잡고 있다. 통계청이 이날 내놓은 ‘2012년 상반기 어업생산 동향 조사(잠정치)’에 따르면 연근해 갈치의 어획량은 올해 상반기 8516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2% 감소, 상반기 기준으로 처음 1만을 밑돌았다. 1994년 10만1052에 이르던 갈치 어획량(연간)은 2010년 5만9242으로 급감한 데 이어 2011년 3만3101으로 줄어들며 심상치 않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

갈치 치어까지 남획…94년 10만t → 작년 3만t

난류성 어종인 갈치는 동중국해에서 겨울을 보낸 뒤 4~9월 알을 낳기 위해 우리나라 연안으로 올라온다. 이때 멸치 등 작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설치한 대형 선망이나 안강망 그물에 갈치 치어들이 떼로 잡히는 경우가 많다. 한 전문가는 “그물코가 작기 때문에 어린 갈치들도 빠져 나가기 어렵다”며 “어가에 일시적인 조업 중단 등 보호 대책을 요구해도 관리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연안의 수온이 오르면서 같은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와 전갱이, 살오징어 등이 많이 잡히게 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부가 긴장하는 것은 예전 ‘국민 생선’이었던 명태와 쥐치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생선이었던 명태는 1990년대 이후 연근해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더니 2008년 이후 통계청 집계로는 연간 어획량 0~1에 그치고 있다. 한류성 어종으로 온난해진 연근해를 떠난 이유도 있지만, 무분별한 포획이 문제였다.

1990년대 초반 연간 20만t씩 잡히던 쥐치도 남획의 희생양이 되더니, 2000년대 들어선 매년 1000을 넘기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최근 주요 해수욕장에 해파리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도 천적인 쥐치의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정부가 모라토리엄 조치를 내릴 경우 어민과 수산업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어민들 입장에서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 만큼 어선 감척 등에 따른 피해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피해 보상의 전례를 만들 경우 향후 어종 관리대책을 세울 때마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는 게 정부의 고민거리다. 정부 관계자는 “휴어기를 두는 등 기존 자원관리 대책을 활용하는 게 현실적이지만 절차가 복잡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게 문제”라며 “시급한 어종 관리를 위해 이해당사자 간 협의, 법령 개정 등 복잡한 절차들을 단순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