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7주년…韓·日 산업대전 어디까지 왔나
‘은메달 1개 vs 금메달 13개.’

1972년 독일 뮌헨올림픽에서 거둔 한국과 일본의 성적표다. 우리나라는 33위, 일본은 5위였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2012년 영국 런던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보란 듯이 전세를 뒤집었다. 거꾸로 우리가 금메달 13개로 5위에 올랐고, 금메달 7개를 딴 일본은 11위로 밀려났다.

그렇다면 광복 67주년을 맞아 한·일 간 경제올림픽이 열린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가 산업 곳곳에서 극일(克日)을 하고 있는지 스포츠 경기와 비교해봤다.

◆TV와 휴대폰은 ‘메달 밭’

휴대폰은 우리에게 사격과 같은 종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노키아와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세계 1위에 올랐다. 1988년 휴대폰 사업을 시작한 지 23년 만이다. 런던올림픽 사격에선 한국이 금메달 3개를 따며 전통의 강호 이탈리아와 미국을 앞섰다.

일본이 사격에서 노메달 수모를 겪었듯 지난 2분기 일본을 대표하는 소니가 4.9% 점유율로 메달권 밖인 5위에 그쳤다. 삼성전자(32.3%)는 1위를 이어갔고 LG전자(3.8%)도 선방해 전 세계 스마트폰 10대 중 4대가량이 한국산이다.

일본은 유도에서 종주국 체면을 구긴 것처럼 TV에서도 한국에 1등 자리를 내줬다. 2005년까지만 해도 삼성 TV는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연합군 텃세에 밀렸지만 2006년부터 6년 연속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LG전자(16.3%)까지 합하면 세계 TV 10대 중 4대가 한국 브랜드다.

올림픽 양궁이 우리의 텃밭이 된 것처럼 메모리 반도체는 우리 산업의 에이스에 비유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1992년 D램 분야에서 1위에 오른 뒤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어서다. 양궁 금메달 4개 중 2~3개는 매번 한국이 가져오듯 D램 시장의 60% 이상을 한국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도시바로 반도체 명맥을 이어가는 것처럼 양궁에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은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와 2차전지에서도 일본을 압도하고 세계 1위에 올라 있다. 우리나라가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제외하고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메달 순위에서 한 번도 일본에 뒤진 적이 없듯 최근 7년간 우리나라 대기업 매출 신장률(상위 7대기업)은 일본 대기업의 2.7배에 달했다. 지난 10일 종가를 기준으로 하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정유, 건설, 철강, 조선 등 주요 6개 수출 업종에서 한국 대표기업이 일본 기업보다 시가총액에서 앞섰다.

광복 67주년…韓·日 산업대전 어디까지 왔나
◆부품·소재 독립이 과제


런던올림픽의 하이라이트가 축구 한·일전이었다면 양국 간 경제전쟁의 백미는 자동차를 꼽을 수 있다. 두 분야에서 양국이 백중세를 보이고 있고 여러 변수에 따라 승부가 뒤바뀌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선 일본이 한국보다 상위에 있듯 객관적 수치에선 일본 도요타가 현대·기아자동차에 앞서 있다. 그런데 올림픽 같은 큰 경기에서 한국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현대·기아차는 미국이나 독일 등 주요 시장에선 자주 도요타를 추월한다.

우리나라는 기초 종목인 수영과 육상 등에서 일본에 뒤져 있다. 마찬가지로 부품 소재 분야에선 여전히 일본 의존도가 높다. 대일 무역적자는 매년 200억달러가 넘고 수입의존도는 20%를 웃돈다. 수영의 박태환처럼 LCD(액정표시장치) 같은 스타플레이어에만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유정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완제품 분야에선 일본을 따라잡았지만 부품·소재 분야에선 갈 길이 멀다”며 “부품·소재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정책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설/강영연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