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최근 세포치료제 업계 대표들을 모아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메디포스트 파미셀 등 11개 업체 대표들이 이희성 식약청장에게 업계 애로사항을 털어놓는 자리였다. 줄기세포 항암면역세포 등 치료제 품목허가를 식약청으로부터 받고 난 뒤에도 남아 있는 행정절차를 간소화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을 거쳐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아야 할지 여부를 심사받는 과정이 몇 개월 더 걸리는데, 이중적인 인·허가 장벽이라는 것이다. 세포치료제 인·허가 절차가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도록 수준을 높여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그런데 식약청은 이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행사가 ‘청장과 업계의 소통의 장(場)’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면서 사전 홍보를 세게 했다. 그런데 한국경제신문이 간담회 취재 요청을 하자 돌아온 대답은 ‘불가(不可)’였다. 식약청 관계자는 “외부인이 동석하면 업계 대표들이 의견개진을 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자리가 되며, 기자가 청장 간담회에 동석한 전례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업계의 생각은 식약청과 달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언론사가 참석하면 (애로사항을 외부로 공식화할 수 있으니) 더 좋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다른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외부로 홍보하지 말라는 (식약청의) 권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식약청과 업계가 보인 동상이몽은 아쉬운 대목이다. 좋은 의도로 마련된 행사가 ‘소통’보다는 식약청장의 치적 홍보로 오해받을 소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식약청은 의약품 및 의료기기 인·허가권을 쥔 강력한 행정기관이다. 특별사법경찰권을 수시로 발동하는 수사기관이기도 하다. 보건의료산업 활성화 여부를 결정하는 정점에 있어 업계로부터 ‘슈퍼 갑(甲)’으로 불리며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세계 1호’를 표방하며 줄기세포 치료제와 항체바이오시밀러를 허가, 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 판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그러나 국민건강에 미치는 위상에 걸맞은 투명한 행정공개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다수 정부부처가 ‘최소한의 소통’을 위해 출입기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간부급 직원 휴대폰 번호를 올해부터 ‘개인정보’라며 없애버린 것이 새삼 염려되는 이유다.

이해성 중기과학부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