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회를 다 챙겨보지는 못하지만 한 방송사에서 내보내고 있는 드라마 ‘골든 타임’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의료 현장을 사실적으로 반영한 드라마를 보면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을 처음 맡으며 가졌던 생각들을 되새기고 있다. 드라마는 우리의 중증외상 의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중증외상 환자는 주로 교통사고 환자가 많지만, 다른 사람이 휘두른 칼에 맞거나 자살을 목적으로 투신한 뒤 실려 오는 환자들도 많다.

이들은 복합 골절과 복합 장기 손상으로 인해 의식수준과 활력징후가 낮아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중증외상 환자는 ‘골든타임’이라고 불리는 1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대부분 사망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 골든타임 이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국민이 연간 1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드라마에서는 최인혁 교수가 고군분투하며 꺼져가는 환자의 생명을 살린다. 최 교수는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려낸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를 모델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최 교수는 드라마에서 환자의 배를 열어 둔 채 1차 수술을 마치는 ‘손상 통제(Damage Control)’ 수술법을 선보였다. 환자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 선진국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이 수술법은 이 교수가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최 교수가 의술을 펼칠 곳을 찾아보다가 외국 용병회사까지 생각해보는 내용이나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중증외상 환자를 수술하다 병원에 적자를 안기는 내용 등도 이 교수의 일화에서 빌려왔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보다 보면 우리 중증외상 의료 현실의 열악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해서 씁쓸하다.

올해 5월, 민주통합당에서 발의한 응급의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중증외상 환자를 전담으로 치료하는 외상센터를 설립하고, 그 재원(財源)을 교통 범칙금 등으로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10년 동안 이 교수가 주장해온 것이 입법으로 결실을 맺어 소위 ‘이국종 법’으로도 불린다. 법이 통과됐음에도 정부는 관련 예산을 3분의 1로 축소해 중증외상 환자의 생명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논란 속에도 중증외상센터 설립은 첫발을 뗀다. 8월 안으로 중증외상센터 설립을 희망하는 병원 5곳을 모집해 예산을 지원한다. 전국에 중증외상센터가 설립되면,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응급실 침대에서 사망하던 교통사고 환자들이 ‘골든 타임’ 내에 치료를 받고 가정과 사회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마땅히 수련할 병원이 없어 지원자가 많지 않았던 외상외과에도 젊은 의사들의 지원이 늘어나길 기대한다. 드라마에서도 현실에서도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 응급실이 만들어지고 의료체계가 갖춰지기를 소망해본다.

이언주 < 국회의원(민주통합당) k041036@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