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3시 서울 시내 최대 번화가 중 한 곳인 강남대로 서초구 쪽 인도. 한 대형빌딩 입구에서 담배를 꺼내 문 30대 남성 앞으로 서초구 흡연단속 공무원 하해권 씨(61)가 다가갔다. “서초구청 금연관리팀 하해권 주무관입니다. 금연거리인데 흡연하셨습니다. 신분증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하씨를 힐끗 쳐다본 이모씨(39)는 “죄송합니다. 몰랐습니다”라며 얼른 담배를 껐지만, 이미 늦었다. 그에겐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됐다.

서초구는 지난 3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9번 출구에서 9호선 신논현역 6번 출구까지 934m 구간을 금연거리로 지정, 석 달간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 6월부터 흡연단속을 하고 있다. 하루 평균 유동인구 11만3000명, 전국에서 가장 붐비는 거리인 강남대로를 ‘담배 연기 없는 쾌적한 거리’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기자는 지난 10일 오후 강남대로에서 서초구 흡연단속 공무원의 단속 현장을 동행했다.

◆꽁초 널려진 도심 ‘청정 거리’로 변신중

서초구가 5만원의 과태료를 매기는 강력한 흡연 단속을 벌인 결과 금연 문화가 차츰 정착돼 가고 있다. 서초구에 따르면 단속 구간에서 지난 6월부터 지난 9일까지 70일간 3294명이 담배를 피우다 걸려 과태료 5만원씩을 물었다. 하루 평균 47명꼴이다. 서초구는 지난 5월 시간제 계약직 공무원 18명을 채용해 오전과 오후 각각 2개조 4명씩 거리 흡연을 단속하고 있다.

박용걸 서초구 금연관리팀장은 “금연 홍보·계도 기간 초기인 3월엔 많을 때는 하루 370명이 넘는 행인들이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됐다”며 “요즘은 하루 40명가량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강남대로의 금연 문화가 자리잡아가면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깨끗해진 거리다. 강남대로는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운 뒤 꽁초를 아무데나 던지는 것도 모자라 가래침까지 뱉어 행인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 일쑤였다. 새벽 시간 거리 청소를 해보면 하루에 보통 400개비 이상 수거되던 담배꽁초가 지금은 50개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 박 팀장의 얘기다.

행인들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인근 빌딩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황모씨(39)는 “출퇴근길에 앞사람이 피운 담배 연기를 뒤집어쓰면서 기분이 언짢을 때가 많았다”며 “지금은 담배 연기도 없고, 거리가 깨끗해진 게 눈에 확 보인다”고 말했다.

허점·사각지대 여전…대책 고민

단속 시간대(오전 9시30분~오후 9시30분) 흡연은 줄었지만 이 시간 이후에는 길거리 흡연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오후 10시 흡연단속 공무원들이 철수하자 대로변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 출구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애연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서초구 관계자는 “단속 초기부터 고민해온 문제이지만, 사법권이 없는데다 고령(高齡)의 단속 요원들이 한밤중에도 단속을 나간다는 건 안전 문제도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금연 사각지대도 여전히 골칫거리다. 강남대로에서 안쪽 골목으로 한 발짝만 걸어 들어가면 담배를 피워도 과태료 부과가 불가능하다. 강남대로를 지나가던 회사원 김성래 씨(41)는 “강남대로 옆에 있는 골목길에서 무리를 지어 흡연을 하게 되면 간접흡연의 피해를 막자는 본래의 취지는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도심 대로의 흡연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