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를 조작해 부당이득을 챙기고 회삿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범 LG가(家) 3세 구본현(44) 전 엑사이엔씨 대표에게 법원이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서창원 부장판사)는 엑사이엔씨 소액주주 김모씨 등 10명이 구 전 대표와 부친 구자극 현 엑사이엔씨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4천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횡령을 숨기기 위해 허위로 작성된 재무제표가 포함된 사업보고서가 투자자의 합리적인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당시 회사의 이사였던 구 전 대표와 구 회장 등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주가는 다양한 요인의 영향으로 결정되고 당시 주주들이 사업보고서만 의존해 투자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배상 책임을 피해액의 20%로 제한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엑사이엔씨 주식을 사서 현재 보유중이거나 되판 김씨 등은 "회사가 공개한 허위 자료를 바탕으로 주식을 취득해 주가가 떨어지면서 손해를 입었으니 2억여원을 배상하라"며 작년 8월 소송을 냈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조카인 구 전 대표는 앞서 주가를 조작해 139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지인들에게 114억원의 이득을 보게 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지난달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