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고도정수 거쳐 안전"…"장담 못해" 지적도

9일 서울의 취수원인 한강 강동대교~잠실대교 구간에 4년만에 조류주의보가 발령되자 '먹는 물'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조류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수돗물을 끓이거나 냉장 후 이용할 것"을 시민들에게 당부하자 수돗물과 같은 한강물로 만드는 '병물 아리수'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병물 아리수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거친 물로만 만들기 때문에 그대로 마셔도 안전하다고 서울시는 장담한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2001년 5월부터 350㎖, 500㎖, 2ℓ들이 페트병에 담아 시민 참여 행사나 쪽방촌 독거노인, 재해ㆍ단수지역 등에 무료로 공급하는 병물 아리수는 현재 시내 6개 정수센터 가운데 영등포정수센터에서 처리된 물로 생산된다.

영등포정수센터에는 광암, 구의, 뚝도, 암사, 강북 등 다른 5개 정수센터와 달리 2011년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설치돼 가동중이다.

고도정수시설은 수돗물에서 나는 특유의 맛과 냄새를 제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숯(입상활성탄)으로 한 번 더 거르고 오존으로 살균하며, 막여과 시설로 미생물과 소독부산물 등 미량 유기물질까지 처리한다.

실제 서울시가 지난 8일 6개 정수센터의 정수를 대상으로 수돗물 악취의 원인인 지오스민 농도를 2회 측정한 결과, 환경부 권고기준(20ppt)에는 못미치지만 암사는 18.5ppt, 강북은 13ppt, 뚝도는 11ppt, 구의는 9ppt, 광암은 8.9ppt 검출됐다.

그러나 영등포 정수센터의 지오스민 농도는 '0'이었다.

시 관계자는 "병물 아리수는 전임 시장 때부터 국내 판매와 해외 수출 등이 거론 됐을 정도로 품질에 자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강에서 수돗물 악취를 유발하는 남조류가 대량 증식한 것으로 밝혀진 지난 2일 이후 9일까지 서울시는 병물 아리수의 하루 생산량(350㎖들이)은 4만∼4만4천여 병, 출고량은 3만∼5만여 병으로, 평소 수준을 유지했다.

서울시는 녹조주의보를 발령한 시각인 지난 9일 오후 2시 잠실 올림픽펜싱경기장에서 박원순 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1000인의 원탁회의'에도 병물 아리수를 대량 제공했다.

계속된 폭염으로 원수 수질이 악화돼 지금의 정수처리시스템으로는 지오스민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출 수 없을 경우 우선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병물 아리수 하루 8만병씩을 공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한강물이 고도정수처리 된다 하더라도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이현정 박사는 "조류가 많으면 여과처리를 할 때 부유물에 의한 폐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만큼 단순한 냄새의 문제라고 얘기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wi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