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아사히 마이니치 등 일본 주요 신문들은 10일자 1면 톱기사로 일제히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 내용을 실었다. NHK 등 일본 방송들도 뉴스와 자막을 통해 이 대통령의 행보를 실시간으로 전하는 등 하루종일 촉각을 곤두세웠다. 기사의 논조는 한·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될 것이라는 우려가 주류였다. 위안부 문제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 양국 간 산적한 현안들이 상당 기간 해결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 강경대응

일본 정부는 강경대응 입장을 밝혔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이날 오후 참의원에서 소비세율 인상 관련 법안이 통과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관련,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매우 유감이다”고 말했다. 그는 “독도가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며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상은 이날 아침 기자회견을 통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일본의 입장에 배치된다”며 “일본 정부로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항의 차원에서 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대사를 소환했다.

일본 정부는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 계획을 입수한 9일부터 가능한 모든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독도 방문을 포기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대일 관계에서 자극적 언동을 피하던 이 대통령이 최근 강경하게 돌아선 것은 대선을 앞두고 대일 강경 자세를 요구하는 여론을 의식해 ‘반일 카드’를 빼어 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일 관계 악화 불가피

이 대통령의 이번 독도방문으로 한·일 양국 관계는 상당 기간 경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어느 때보다 양국 간 현안이 많은 시점이라는 것도 부담이다. 위안부 문제부터 한·일 정보보호협정, 동해·일본해 병기, 일본의 집단 자위권 추진, 한·일 FTA 등 현안이 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이 정권 교체기에 접어들었다는 것도 양국 관계의 악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입장에서는 유권자들을 의식해 보수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 우익의 목소리가 높아질 공산이 크다. 작년 8월 자민당 의원 3명이 독도 영유권 주장 차원에서 울릉도를 방문하려다 김포공항에서 입국 거부된 것과 같은 일이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