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미국에 에탄올 생산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옥수수 생산량의 3분의 1을 에탄올 생산에 사용하도록 강제한 미국의 신재생 연료 의무혼합제도(RFS)를 즉시 중단하라는 것이다. 50년 만의 가뭄으로 생산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터에 이런 계획이 실행될 경우 옥수수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것이라는 게 유엔의 우려다. 세계 최대 옥수수 수출국인 미국의 공급량 감소는 세계 농산물시장에도 큰 파장을 몰고 올 게 뻔하다.

우리는 사람이나 가축이 먹는 것을 기름으로 만들면 안 된다는 유엔의 주장에 동의한다. 에탄올 등 바이오 연료가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고 식량을 빼앗는 주범으로 낙인찍힌 지 이미 오래다. 왜 이제서야 유엔이 이를 깨달은 것인지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지금 같은 상황이 초래된 데는 유엔의 책임도 적지 않다. 석유 고갈을 경고하는 로마클럽 보고서가 40년이 지난 지금 거짓으로 판명났지만 여기에 맞장구를 쳤던 것은 유엔도 마찬가지였다. 연구 지원금에 눈 먼 사이비 과학자들까지 가세하면서 모든 게 진실인 양 포장됐다. 옥수수의 에탄올 생산 전환도 그 연장선상에서 등장한 것이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미국에서 옥수수 가격은 2008년과 2011년 최고치를 잇따라 넘어선 데 이어 지난 7월 한 달 동안에만 23%나 폭등했다. 뉴욕타임스가 바이오 연료용 곡물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정작 식용에 써야 할 곡물량이 줄어드는 기막힌 현상을 개탄했을 정도다. 환경을 들먹이지만 바이오 연료 추출 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석유 생산 때보다 무려 10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더 이상의 명분을 찾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미국도 에탄올 생산을 굳이 고집해야 할 이유가 없다. 셰일가스 등장으로 신재생에너지 재검토 등 에너지포트폴리오를 새로 짤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에탄올로 득을 보는 기득권 세력이야 반발하겠지만 잘못된 정책은 즉각 바로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