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비세율 인상법안이 10일 상원(上院) 격인 참의원에서 표결을 거쳐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번 법안으로 소비세는 현행 5%에서 2014년에 8%, 2015년엔 10%로 두 배로 오르게 된다. 일본 소비세율 인상은 1997년 3%에서 5%로 올라간 이후 17년 만이다.

1000조엔에 달하는 일본의 국가부채를 고려할 때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자민당 등 야당이 소비세 증세법안을 볼모로 조기 총선을 실시하라고 민주당을 끈질기게 압박했기 때문이다. 결국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가까운 시일 내에 조기 총선을 실시한다’고 약속했고, 증세법안은 무산 위기를 넘겼다. 일본의 정계개편은 이제 기정사실이 됐다. 언제 총선을 실시하느냐만 남은 상황이다.

◆불가피한 선택

소비세율 인상은 정치적 모험이다. 고령자가 많은 일본은 더욱 그렇다. 일본은 60세 이상 유권자 비중이 37%에 달한다. 다른 세대에 비해 투표 참여율도 높다. 연금 이외에 추가적인 소득이 없는 노인 입장에서는 생활비에 직접 부담이 되는 소비세 인상이 달가울 리 없다. 일본 집권 민주당의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원인 중 하나도 소비세다.

그럼에도 노다 총리가 끝까지 증세 카드를 버리지 않은 것은 일본의 재정 상황이 벼랑 끝에 몰렸기 때문이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선진국 중 최악이다. 올해 말에는 2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부도 문턱에 서 있는 그리스(190%)보다 높다.

일본의 올해 예산 규모는 90조3339억엔인데 이 중 세금을 거둬 충당하는 비율은 47%에 불과하다. 나머지 부족분은 국채를 찍어 조달한다. 연간 국채 원리금 상환액만 20조엔을 넘는다.

세월이 지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로 인해 매년 복지 관련 비용은 1조엔씩 늘어난다. 20년 넘게 지속된 장기 불황으로 세수가 급증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10~12월쯤 중의원 해산 예상

지난 7일 일본의 7개 군소야당은 중의원에 내각불신임안을 제출했다. 이번 정기국회 회기가 끝날 때까지 중의원을 해산키로 약속하지 않으면 참의원에서 소비세 인상법안을 부결시키겠다는 엄포도 놓았다. 노다 총리의 조기 총선 약속을 야당이 받아들이면서 내각불신임안은 9일 저녁 늦게 겨우 부결됐다.

이 덕에 소비세 인상안이 참의원의 관문을 어렵게 넘어서긴 했지만 집권 민주당은 조기 총선거라는 또 다른 숙제를 안게 됐다. 지금 총선을 실시하면 자민당에 정권을 내줄 공산이 크다. 최대한 타격이 작은 시점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내부 반발이 거세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고시이시 아즈마(輿石東) 민주당 간사장은 노다 총리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최근 “조기 총선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최대한 총선 시기를 늦추고 싶지만 걸림돌이 있다. 올해 예산 조달을 위한 적자국채 발행법안이 10월 열리는 임시국회에 제출되기 때문이다. 야당의 반발로 국채 발행이 무산되면 재정 운용이 불가능해진다. 오는 10~11월 사이에 중의원 해산과 총선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