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립대, 총장과 교수들 '내부 갈등'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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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폐지 총장 퇴진" vs "불가피한 선택… 이해해 달라"
국립대의 내부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교수들은 최근 총장 직선제 폐지를 주도하고 있는 각 대학 총장들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대학 총장들은 불가피한 선택임을 이해해 달라는 입장이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는 9일 경북대 교수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스스로가 직선제로 뽑힌 국립대 총장들이 정부 압박에 못 이겨 총장 직선제 폐지에 앞장서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교련은 국립대 교수와 학생들 수십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부의 위헌적·위법적 총장 직선제 폐지 강박에 굴복한 국립대 총장들의 행동을 엄중하게 규탄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경북대·부산대·전남대 교수들이 총장 직선제 폐지 여부를 놓고 투표를 실시해 '직선제 유지' 결과가 나온 사실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대학 총장이 직선제 폐지를 골자로 한 학칙 개정에 나선 것은 학교 구성원의 뜻을 무시한 처사라는 주장이다.
국교련은 "교수들의 총의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국립대 자율성의 토대를 스스로 허물어뜨린 것이나 다름없다" 며 "국립대의 명예를 송두리째 훼손한 총장들은 즉각 퇴진할 것을 요구한다"고 힘줘 말했다.
반면 총장들은 부실대학의 오명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한다. 이달 말까지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는 국립대는 정부로부터 '구조개혁 중점추진대학'에 지정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지역 유명 국립대의 위상이 꺾이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교육당국의 행·재정 지원에서도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 현행 총장 직선제를 포기하는 것이 학교에 도움이 된다는 게 총장들의 변이다.
총장과 교수들이 빚는 갈등에 각 대학 동문회와 학생회까지 가세하면서 판을 키웠다. 동문회와 학생회는 대체로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경북대 총동문회는 지난 6월 문제가 불거지자 성명을 발표해 "총장 직선제 논란과 관련해 대학 본부를 지지한다. (직선제 폐지 반대로)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서는 안 된다" 고 힘줘 말했다.
경북대·부산대·전남대와 함께 직선제 폐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목포대 역시 지난달 말 총동문회 명의의 성명을 내고 "교수들은 희망찬 미래를 담보할 수 있도록 대승적 판단을 내려줄 것을 바란다"며 총장 직선제 폐지를 촉구했다.
교수들이 주장하는 대학 민주화의 상징인 총장 직선제 유지와 국립대 자율성 확보도 필요하지만, 우선순위는 학교 발전과 정부 지원 확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국립대 관계자는 "정부 요구에 못 이겨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는 모양새는 문제" 라면서도 "경제 민주화보다 일자리 창출에 더 관심 있다고 하지 않나. 대학 민주화보다 학교 발전이 우선이라는 관점에서 교수들이 양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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