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전국 4대강 전역에 녹조가 확산되면서 ‘녹조괴담’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녹조의 원인이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이라는 지적과 함께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물질이 포함돼 식수원 공급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녹조현상은 4대강 사업과 무관하며 인체에도 피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시민단체의 엇갈린 주장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는 9일 “이번 녹조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강물의 흐름이 느려진 데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4대강에 설치된 보가 강물의 흐름을 막아 체류시간이 길어지면서 조류가 번지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통합당도 이날 “녹조는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인 정부의 책임이 분명하다”며 4대강 책임론을 폈다.

낙동강에서 인체에 해를 미치는 남조류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티스가 검출되면서 식수 공급이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도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런 주장은 트위터를 타고 최근 인터넷 상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녹조가 4대강 사업과는 연관이 없다며 선긋기에 나섰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녹조는 4대강 사업 이전에도 발생했다”며 “최근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조류 확산에 적합한 조건이 충족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4대강 사업이 추진되지 않은 북한강에서 녹조가 시작된 반면 보가 설치된 남한강에선 녹조가 거의 없다는 점도 이런 설명의 근거라는 주장이다. 학계에서도 4대강 사업과 녹조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단정짓기 어렵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황순진 건국대 환경과학과 교수는 “녹조는 기온, 강수량 등에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4대강 사업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남조류에서 발생되는 독성물질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한강과 낙동강 상수원 부근에서 독성물질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수돗물 안전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강 고도정수처리 시설 1곳 불과

녹조괴담의 확산엔 정부의 안일한 대처도 한몫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08년 정부가 광우병 파동 초기 미흡한 대응으로 사태를 키웠던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일 “녹조는 장기간 비가 오지 않고 폭염이 지속돼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인터넷에서 정부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정부가 근본적인 개선대책 없이 자연재해로만 원인을 돌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와 각 지자체는 녹조 확산을 막기 위해 황토를 투입하고 있지만 황토로 인한 2차 오염이 우려된다. 또 남조류가 대사과정에서 분비하는 수돗물 악취의 원인물질 ‘지오스민’을 제거할 고도정수처리 시설을 갖추지 않은 점도 문제다. 서울시 정수장 6곳 중 영등포정수장만 고도정수처리 시설을 갖췄을 뿐이고 경기도 15개 시·군 정수장 22곳 모두 고도정수처리 시설을 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2018년까지 1조6000억원을 들여 팔당상수원 취수·정수장 37개소 중 66%를 고도정수처리 시설로 전환하기로 했다.

■ 녹조(綠藻)

호수나 하천에서 서식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인 조류의 일종. 개체수가 크게 늘어나면 물빛을 녹색으로 변화시킨다. 마이크로시스티스 등 일부 녹조류(남조류)는 인체에 해를 끼치는 독성물질을 가지고 있다.

강경민/양병훈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