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에 수요 증가로 보통 가격이 오르는 돼지고기가 이번 시즌에는 오히려 값이 떨어지고 있다. 돼지 사육 두수가 구제역 발생(2010년 말) 이전 수준으로 늘어나 공급량이 증가한 데다 불황으로 전반적인 육류 소비가 예년만 못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9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8일 전국 주요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돼지고기(박피·E등급 제외) 평균 경락가격은 ㎏당 4265원으로 한 달 전(5049원)보다 15.5% 떨어졌다. 1년 전(6604원)에 비해서도 35.4% 낮은 가격이다.

소매가격도 내림세다. 삼겹살 가격은 ㎏당 1만7284원으로 한 달 새 10% 떨어졌고, 1년 전(2만984원)보다 17.6% 하락했다. 대형마트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삼겹살 값도 이날 100g당 1850원으로 지난달 초보다 100원 내렸고, 1년 전(2180원)보다는 15.1% 떨어졌다.

문주석 이마트 돈육담당 바이어는 “여름 성수기에도 돼지고기 값이 떨어진 것은 무엇보다 공급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며 “불황으로 전반적인 소비가 위축된 데다 주5일제 및 휴가 분산 등으로 바캉스철에도 수요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축산 관측 보고서’에서 돼지 사육 두수가 내달 970만~980만두, 오는 12월에는 구제역 발생 이전 수준인 980만~990만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도축 두수는 전년 동기보다 31.4%, 국산 돼지고기 생산량은 33.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돼지고기 도매가는 오는 9월까지 ㎏당 4000원대에서 형성되다 10월에는 3000원대 중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대한한돈협회(옛 양돈협회)는 최근 돼지고기 값이 생산비 이하 수준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김동성 대한한돈협회 상무는 “모돈(번식용 돼지) 수를 줄이고 자율 감축 캠페인을 벌여 돼지 사육 두수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닭고기 값은 이달 육계 사육 마릿수가 전년보다 7.7% 증가한 1억606만마리에 달할 것으로 관측돼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올림픽 특수로 치킨 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급등했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육계 1㎏ 도매가격은 이날 2100원으로 한 달 전(1400원)보다 50% 뛰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