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국제기구 참여 '한국형 ODA' 첫 삽 떴다
정부가 삼성전자, 국제기구와 손잡고 캄보디아의 전자폐기물 처리와 녹색일자리 창출에 나선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삼성전자·국제공업개발기구(UNIDO) 대표는 9일 캄보디아 프놈펜시 프놈펜호텔에서 캄보디아 노동부·환경부 당국자와 ‘폐전자제품 처리를 통한 녹색일자리 창출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한국 대외원조(ODA)로는 처음으로 민·관·국제기구가 함께하는 새로운 모델이다.

이번 사업은 캄보디아 정부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캄보디아는 최근 해마다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산업 규모를 키워가고 있지만 전자제품 수리 및 폐기물 처리기술이 전무한 상태다. 자칫 폐기물 처리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를 수 있는 상황에서 도움을 청한 것이다. 키유 무스 환경부 차관은 “전자폐기물은 환경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처리기술이 필요하지만 아직 캄보디아에는 기술이 없다”고 말했다. 박도현 KOICA 연구원은 “캄보디아 소비자 대부분이 수입한 중고 물품을 사서 쓰다가 고장나면 또 다른 중고품을 사는 방식으로 생활해 전자폐기물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업에는 2015년까지 총 135만달러(약 15억2000만원)가 투입된다. KOICA가 100만달러, 삼성전자가 30만달러, UNIDO가 5만달러를 낸다. KOICA와 UNIDO가 큰 그림을 그렸고 이번 사업 핵심인 전문가 양성과 기술 전수는 삼성전자가 맡았다. 삼성은 전문 기술인력을 파견, 캄보디아의 학·석사과정 교육기관인 국립기술훈련원과 함께 전자제품 수리 전문가와 폐전자제품 재활용 기술자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2015년까지 전문인력 160명을 키운다는 목표다.

훈련이수생들은 삼성전자가 프놈펜을 포함한 캄보디아 내 5개 지역에 마련할 폐전자제품 처리 시범업체에서 일하게 된다. 김용수 삼성전자 동남아총괄 상무는 “삼성전자는 자금 지원과 함께 수리·폐기물관리 분야 기술을 전수하는 것으로 이번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며 “삼성의 기술을 전수받은 젊은이들이 새로운 취업 기회를 얻고 미래를 설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는 이번 사업에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피치 소포안 캄보디아 노동부 차관은 출범식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이번 협력사업을 통해 우리 청년들이 전자제품 수리, 재활용 관련 기술을 배우게 되면 새로운 시장이 생기고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일자리는 가난을 퇴치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프놈펜=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