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산부인과 병원에서 일어난 환자 시신 유기사건과 관련, 피의자인 의사 김모씨(45)가 숨진 이모씨(30·여)에게 미다졸람과 베카론 등 13종류의 수면유도제와 마취제를 섞어 투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초경찰서는 8일 숨진 이씨의 사망 원인이 당초 알려졌던 수면유도제 과다 투여가 아닌, 여러 종의 마취제를 수면유도제에 섞어 투여한 데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당초 김씨는 영양제와 수면유도제인 미다졸람만 투여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의 추궁이 계속되자 베카론과 나로핀 등 2종의 마취제도 함께 섞어 투여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다졸람에 베카론, 나로핀 등 마취제를 섞어 투여하면 호흡 곤란 등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가 고의로 이씨를 살해했다는 증거는 아직 찾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의 뇌와 장기 등을 부검한 결과 직접적인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며 “향후 마약 투여 검사 등도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일단 김씨에 대해 기존의 사체 유기 혐의 외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추가해 오는 9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김씨는 지난달 31일 자신이 근무하던 강남구 신사동 H산부인과를 찾아온 이씨에게 약물을 투약한 뒤 이씨가 사망하자 부인 서모씨(40·여)와 함께 한강잠원지구 주차장에 이씨의 사체를 유기하고 도망간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