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랠리', '안도랠리', '유동성랠리'. 이번 주초반부터 자주 볼 수 있는 수식어다. 8일 코스피지수는 가파르게 뛰어오르며 석달 만에 장중 기준 1920선을 재돌파했다. 단 3일 만에 70포인트 이상 회복했다.

오는 9일 옵션만기와 기준금리 결정 등 주요 국내 이벤트를 앞두고 지수가 박스권 안에서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본 일부 증시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정책 기대와 안도감만으로 코스피의 급등세가 지속될 수 있을까?

곳곳에서 '과열 징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로 아직까지 넉넉하지 못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시기, 정책 실행 이후 시장의 반응 등이 그것이다.

코스피지수는 이번주 첫 거래일부터 당초 예상을 모두 깨고 급등 랠리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주 미 중앙은행(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사실상 '무대책'인 실망스러운 경기부양 대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드라기 발언' 등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인 재해석이 이뤄지면서 8~9월 내내 정책장세가 연장될 것이란 분석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드라기 ECB 총재의 '수 주일 안에 특단의 조치를 내놓을 것'이란 발언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해결을 위한 밑그림이고, 이 밑그림이 결국 9월 ECB 통화정책회의 이전에 구체화될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 증시의 가파른 상승세가 이 같은 '정책 랠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중섭 대신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유럽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지만, 국내 증시의 경우 8월 ECB 정례회의 이전부터 나타났던 상승세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며 "유로존 해법의 등장이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연출되고 있는 증시의 급등세가 이제부터 투자자들에게 다소 불안스러워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연 기대감(안도감)만으로 증시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인 지 여부에 대한 의문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EFSF의 가용자금 규모와 스페인의 전면 구제금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동석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ECB의 국채시장 개입에도 불구하고, 유럽 재정위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ECB의 국채매입 전제 조건이 국가구제금융 신청인데 현재 EFSF의 가용자금 규모가 약 1500억 유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는 스페인의 구제금융 규모는 최소 3000억 유로 이상이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유로안정화기구(ESM)이 가동되기 이전에는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따라서 ECB의 국채시장 개입이 원칙적으로 불가해 당분간 정책 공백기가 발생할 수 있어 딜레마"라고 말했다.

신 이코노미스트는 또 "독일 헌재가 ESM 합헌 판결(9월12일)을 내리더라도 빨라야 9월 말에나 집행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 경우에도 EFSF와 ESM의 가용자금이 최대 6000억 유로로 스페인과 이탈리아 모두 구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SM의 은행화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보증기금화와 같은 레버리지 방안이 등장하지 않으면 유로존 해결을 위한 방화벽 규모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신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스페인의 구제금융 시기에 대한 리스크도 여전하다.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오는 9월 Fed와 ECB의 정책회의 이후 4분기 중 독일과 프랑스 간 재정통합 및 재정분담 관련 '빅딜' 합의 이전에 스페인이 전면 구제금융을 신청하면 시장은 다시 극도로 불안해 질 수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 발 앞서 전세계 정책 공조 및 실행 이후 나타날 시장의 반응을 염두에 둬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그는 "ECB가 시장에 약속한 내용들을 실행에 옮기더라도 향후 시장의 반응이 뜨겁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만약 시장이 정책 효과만 고려한다면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증시 격언이 떠오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 팀장은 "따라서 유동성랠리가 지속될 수 있도록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계속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며 "이와 관련해 경기위험의 완화 가능성 등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위험자산 선호가 지속될 경우에는 국제유가 역시 뛰어오를 가능성이 크고, 에너지 비용이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는 수준까지 오른다면 유동성 장세는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