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한국얀센 대표로 취임한 김옥연 사장(45·사진)은 한국 제약업계의 최근 변화상을 ‘상전벽해(桑田碧海)’로 표현했다. 자신이 2003년 한국을 떠날 때와 비교했을 때 업계 환경이 생각 이상으로 악화됐다고 했다. 약값 인하로 인한 매출 및 영업이익 감소, 리베이트 상시 단속 등 악재가 너무 많다는 것.

취임 한 달여 전부터 서울 용산 LS타워 회사 근처 오피스텔에 자리를 잡고 업무인계를 받아 온 그는 위기 돌파 방안에 대해 “좋은 약을 만들어 전문적으로 세일즈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다른 묘수는 있을 수 없고 정도(正道)를 걷는 것만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는 주장이다.

김 사장은 언제나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대결로 풀었다. 서울대 약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1992년 한국얀센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줄곧 마케팅 분야에 몸담았다. 1996년부터 3년간 당시 얀센 본사가 있던 벨기에에서 전략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회사 내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김 사장은 “호기심이 많고 오지랖이 넓은 성격이라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배우려고 노력했고 그만큼 기회가 많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999년 한국얀센에 돌아와 마케팅 담당 차(부)장을 지낼 때를 ‘위기와 기회가 교차했던 시점’으로 회상했다. 주력약이던 무좀약 ‘스포라녹스’의 가격이 내려가고, 소화불량 치료제 ‘프레팔시드’가 부작용 때문에 시장에서 퇴출되며 매출의 40%가량이 급감했기 때문. 김 사장은 이 위기를 ‘기본에 충실한 역발상’으로 풀었다고 설명했다. 프레팔시드에 밀려 10여년 전부터 처방이 거의 없던 소화불량 치료제 모티리움에 눈을 돌린 것이다. 김 사장은 “모티리움의 성분이 대단히 안정적이라는 점에 착안, 영업과 마케팅 부서가 저돌적으로 이 사실을 외부에 알렸다”며 “결국 모티리움으로 프레팔시드를 완벽히 대체했는데 전(前)세대 약물을 부활시킨 것은 제약업계에 유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매출 상위 10대 다국적제약사 가운데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얀센 아태지역본부, 말레이시아, 중국 등을 두루 거친 경험 덕분에 북아시아 본부 사장도 겸하게 됐다. 김 사장은 “마케팅의 ‘마’자도 모르던 제가 이 자리에 오게 돼 감개무량하다”며 “직원 470여명 모두가 하나로 뭉쳐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앤존슨과 유한양행이 각각 7 대 3 지분을 갖고 있는 한국얀센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2300억원. 타이레놀 니조랄 레미케이드 리스페달 등 소화제 진통제 정신질환치료제 항암제에 걸친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