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카드 납부' 학생 부담 주는 것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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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할부 되레 이자 부담… 이용률 5~15% 수준
대학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납부하면 과연 학생들의 부담은 줄어들까. 결론부터 말하면 '글쎄올시다' 이다.
등록금 카드 납부는 한 학기 등록금 400만~500만 원의 목돈을 현금으로 마련하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을 준다. 하지만 카드 할부 결제 때 학생이 떠안는 이자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대학 역시 카드사에 수수료를 줘야 해 결과적으로 등록금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
때문에 '무조건 현금' 을 고수하는 대학도 문제지만, 등록금 카드 납부가 카드업계의 '잇속 챙기기' 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 2학기 등록금 카드 결제가 가능한 대학은 전체 410여개 가운데 110여곳에 그쳐 전체의 26%에 불과했다. 대학들은 "카드사에 주는 1% 대의 수수료가 아까워 등록금 카드 납부를 기피한다. 학생들의 고충을 외면한 처사"란 비판에 직면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등록금 카드 결제를 허용한 대학들도 정작 학생들의 이용률은 5~15% 수준에 그친다. 카드 결제 때 이자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대는 농협(NH) 신한 우리 비씨 카드로 등록금을 납부할 수 있다.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지난해 카드 납부를 도입한 서울대는 10~15%의 학생만 등록금을 카드로 결제했다.
서울대 재무팀 관계자는 "납부 가능한 4개 카드 중 우리카드는 무이자 할부가 안 되고, 나머지 3개 카드는 3개월까지 무이자 할부가 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등록금 카드 납부 이용률이 생각보다 저조한 것은 이자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카드업계는 등록금 카드 납부 시 3~12개월 할부가 된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무이자 할부 기간이 짧아 학생들의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다.
우리 비씨카드로 등록금을 납부할 수 있게 한 연세대 재무회계팀 관계자는 "등록금을 카드 할부로 납부하면 9.8%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며 "차라리 이자 부담이 없는 2~4회 현금 분납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연세대도 학생들의 카드 납부 이용률은 6~7%에 그쳤다. 이자를 물지 않고도 목돈 부담을 줄이는 현금 분납 제도가 마련돼 있는데 굳이 카드 할부를 택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대학 입장에서는 등록금 카드 납부를 독려할 이유가 없다. 학교 예산에서 1.5% 수준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별도로 납부해야 한다. 대학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수천만에서 1억 원 남짓을 수수료로 낸다. 카드 납부 비율이 높아질수록 대학이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도 더 많아진다.
고려대는 등록금 카드 납부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등록금을 4회에 걸쳐 분납하는 제도가 마련돼 굳이 카드 납부를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학교 측 설명.
김동원 고려대 기획예산처장은 "카드로 할부 결제하면 학생들은 이자를, 대학은 수수료를 내야 하는 불합리한 요소가 있다" 며 "지금의 현금 무이자 분할 납부 제도가 합리적이라 학생들도 등록금 카드 납부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카드 납부를 허용하지 않는 한 대학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등록금을 납부할 때에 맞춰 대학의 카드 결제 시행을 촉구하는 기사가 난다" 며 "카드 납부를 허용 않는 대학은 비도덕적으로 묘사되는데 정치권과 언론이 카드업계의 로비에 넘어간 것 아니냐" 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신금융협회 측은 "대학의 등록금 카드 납부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낸 적이 없다" 며 "수요자의 편의 확대 측면에서 (등록금 카드 납부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아 등록금 납부시기에 맞춰 때마다 기사화되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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