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차곡 쌓아 든든한 노후자금…연금펀드로 쏠린 돈 5조70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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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펀드 투자가이드
분기당 300만원 적립 가능, 年400만원까지 소득공제
10년 납입 후 55세 넘으면, 소득세 5.5%밖에 안 떼
분기당 300만원 적립 가능, 年400만원까지 소득공제
10년 납입 후 55세 넘으면, 소득세 5.5%밖에 안 떼
국내 자산시장에 ‘뉴 노멀(new normal)’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기준’이 진행되고 있다. 뉴 노멀이란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이란 뜻으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부상한 새로운 경제질서인 저성장, 저소비, 저금리, 높은 실업률, 고위험 등을 의미한다.
이 가운데 자산시장에서는 저금리 기조를 뉴 노멀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는다. 자산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의 발단이 된 사건은 2007년 벌어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다. 금융위기가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자 미국은 초저금리와 통화량 증가 정책을 실시하는 동시에 감세 등을 통해 정부 지출도 늘렸다. 위기 극복을 위해 금융 및 재정정책을 총동원한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이 제거되지 않은 탓에 자생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그 결과 미국 및 주요 선진국의 공공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80~150%로 확대됐고, 실물경제 주체인 기업과 가계의 투자와 소비는 얼어붙었다. 성장이 정체되자 각국 통화당국은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게 됐다. 저금리 기조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저금리와 고령화 기조
이런 현상은 국내 자산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 금리가 떨어진다는 건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채권시장에선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은 ‘장단기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향후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클 때 나타난다. 그런 만큼 추가적인 정책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저금리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란 얘기다.
자산시장을 둘러싼 또 다른 키워드는 ‘인구 고령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세계보건통계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평균 기대수명은 1990년 72세에서 2009년 80세로 높아졌다. 의학의 발달 등을 감안하면 향후 기대수명은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기대수명은 높아지고 있지만, ‘베이비 붐’ 세대들은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은퇴 시점을 맞고 있다. ‘은퇴 소득 대체율’이 이를 대변해준다.
은퇴소득 대체율이란 은퇴 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소득을 은퇴 직전 소득과 비교한 수치다. 한국의 은퇴 소득 대체율은 41%로 미국(58%) 독일(50%) 등 선진국은 물론 대만(43%)에도 못 미친다. 여유있는 노년 생활을 위해선 별도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자산관리도 보다 효율적으로 해야할 필요가 있다.
○사적 연금 투자비중 높여야
은퇴소득 대체율이 낮다는 건 공적연금만 믿었다가는 낭패를 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국민연금은 향후 자금이 고갈될 우려도 있다. 따라서 각자 두터운 안전망을 구축해 노후 대비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공적연금의 대표적인 대안이 연금펀드다. 연금펀드란 말 그대로 수익자의 노후 생활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하는 펀드다. 그런 만큼 정부에서도 소득공제 및 저율과세 등을 통해 가입을 장려하고 있다.
현재 연금펀드는 분기당 300만원씩, 연간 1200만원까지 적립할 수 있다. 적립기간은 최소 10년이다. 개인형 퇴직연금제도 불입액과 연금저축합계액인 400만원 한도 내에서 전액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다만 중도 해지할 경우 높은 가산세를 물게 된다. 노후자금 마련이란 본연의 목적에 맞게 장기간 유지토록 하기 위해서다.
10년 이상 납입 후 만 55세 이상이 되면 돈을 받을 수 있다. 연금 형태로 5년 이상의 기간을 설정해 수령할 경우 받는 돈에서 연금소득세 5.5%만 내면 된다.
하지만 만료 전에 해지하거나 만료된 이후라도 연금 외의 형태로 지급받을 경우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22%의 세금을 내야 한다. 납입 후 5년 이내에 해지할 경우 22%의 기타소득세 외에 2.2%의 해지 가산세가 추가로 부과된다.
연금펀드는 2008년 2조원대에서 5조7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국내펀드 시장 규모가 180조원에서 110조원으로 쪼그라든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어떤 펀드를 선택할까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연금펀드의 종류도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2007년 초만 해도 주식혼합형 펀드가 전체 연금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6%에 달했다. 주식형과 채권혼합형은 각각 5.5%와 4.2%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식형 펀드의 비중이 30.5%로 ‘넘버원’ 자리를 꿰찼고, 채권혼합형 펀드가 25.4%로 뒤를 이었다. 5년 전 가장 인기를 끌었던 주식혼합형펀드 비중은 18.4%로 떨어졌다. 채권형펀드 점유율은 14.2% 수준이다.
펀드가 다양해진 만큼 투자자들은 어떤 펀드가 좋을지 잘 알아본 뒤 선택해야 한다. 투자 유형별로 수익률이 천차만별인데다 비슷한 투자 스타일의 펀드라도 수익률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연금펀드는 노후자금 마련이라는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과 안정성을 두루 갖추는 게 중요하다. 안정형 펀드라 할지라도 수익률은 크게 다를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
최근 5년간 설정액 50억원 이상인 120개 채권혼합형 펀드의 수익률을 3개 등급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최저 수익률 등급에 있는 펀드들의 5년간 누적수익률은 18.8%에 불과했던 반면 최고 등급 수익을 낸 펀드들은 36.0%를 기록했다. 같은 채권혼합형 펀드인데도 수익률 차이가 17.2%포인트에 달한 것이다. 연평균 수익률로 환산해도 최저 3.5%에서 최고 6.3%의 편차를 나타냈다.
최근 펀드시장에서는 자금의 흐름이 중요해지고 있다.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펀드, 펀드매니저가 잘 교체되지 않고 꾸준히 운용되는 펀드를 선택하는 게 좋다. 궁극적으로 어떤 펀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내가 받는 향후의 노후자금에 큰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순간의 선택이 노후 생활의 편안함을 좌우할 수 있다.
배성진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연구위원 sj.bae@hdsr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