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귀환했는데…돌아오지 않는 개미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탈출이 지속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개인 거래대금은 3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개인 비중이 절대적인 코스닥시장에서도 거래가 감소하는 추세다. 국내외 경기 둔화와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중장기 주가 상승을 확신할 수 없는 데다 집값은 떨어지고 전셋값은 올라 주식에 투자할 여유자금이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유럽중앙은행(ECB)과 미국 중앙은행(Fed)이 보다 구체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기 전까지는 개인들의 투자심리가 살아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개인 주식 거래 2008년 8월 이후 최저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개인 거래대금(매수·매도금액 합계)은 하루평균 3조8645억원으로 지난해 7월의 7조4696억원보다 48.3% 감소했다. 전체 거래대금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8.1%로 1년 전 55.6%보다 7.5%포인트 낮아졌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3일까지 하루평균 개인 거래대금은 2008년 8월(3조1236억원) 이후 최저인 3조2425억원으로 줄었다.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에도 개인들의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27일 이후 6거래일간 1조796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하지만 이 기간 하루평균 개인 거래대금은 3조7400억원으로 7월 한 달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2조1365억원으로 7월 평균(1조9588억원)을 웃돈 것과 대조적이다.

개인들은 코스닥시장마저 외면하고 있다. 지난달 코스닥시장의 하루평균 개인 거래대금은 3조1936억원으로 지난해 7월 3조8644억원보다 17.4% 감소했다. 이달 들어서는 2조416억원으로 더 줄었다.

◆박스권 지속돼 증시 이탈

주가가 박스권 등락을 거듭하면서 중장기 상승세를 확신할 수 없게 된 개인들이 주식에서 손을 떼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경준 한국투자증권 신압구정지점장은 “유럽 위기가 2년 넘게 지속돼 투자자들이 지칠 대로 지쳐 있다”며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말 1700 후반에서 1800 후반까지 오르는 동안에도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져 주식에 투자해야 할 돈이 예금과 주가연계증권(ELS) 등으로 몰렸다”며 “중소형주와 코스닥 종목이 대형주보다 약세를 보인 탓에 개인의 투자심리가 더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경기 둔화 속에 가계 자금 사정이 악화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집값은 내리는데 전셋값은 오르고 가계부채는 늘었다”며 “주식에 투자할 여유자금을 가진 개인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주요국 경기부양책 등 ‘방아쇠’ 필요

개인이 다시 증시로 몰릴 잠재력은 있다는 분석이다.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이 1일 현재 74조206억원으로 올 들어 21조원 증가하는 등 저금리 시대에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많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지난달 27일 16조85억원으로 지난해 7월1일 이후 최저치로 감소했지만 이후 나흘 연속으로 늘었다.

김 팀장은 “단기 부동자금이 많고 30~40대에서는 주식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리려는 욕구도 강하다”며 “이런 돈을 증시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유럽과 미국에서 보다 적극적인 금융시장 안정책이 나와 방아쇠를 당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