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우에도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무폴(무상표) 주유소보다 저렴하다.”

지식경제부가 5일 내놓은 보도자료의 핵심 요지다. 알뜰주유소의 휘발유값이 전국 10개 광역시·도에서 무폴 자영주유소보다 비싸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내놓은 해명 겸 반박성 자료다.

지경부는 이를 통해 “접근성이 낮은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를 비교대상에서 제외한 나머지 주유소들의 지난 4~7월 평균 가격을 비교했더니 자영 알뜰주유소가 가장 싼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혼합판매를 하는 무폴 주유소보다 ℓ당 38원 쌌고, 4대 정유사들의 폴주유소에 비해서는 61원이나 저렴했다는 것.

하지만 이런 방식의 비교는 정확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유용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휘발유 가격은 주유소 임대료, 인건비, 판촉비, 경쟁 정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 때문에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울·수도권 주유소가 많은 폴·무폴 주유소 평균가격을 알뜰 주유소와 비교하는 것은 오해와 착시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전국 177개 자영 알뜰주유소 가운데 서울에 있는 자영 알뜰주유소는 단 2곳에 불과하다. 기름값을 전국 평균으로 비교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비교가 유효하려면 같은 상권 내 주유소 간 가격차이를 따져봐야 한다. 이런 잣대를 적용하면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다. 5일 서울 금천구 알뜰주유소인 형제주유소의 휘발유 값은 ℓ당 1929원. 3분 거리(732m)에 있는 S오일 폴주유소인 금천주유소(1920원)보다 오히려 9원 비쌌다. 1㎞ 거리의 무폴주유소 시흥주유소보다는 30원이나 가격이 높았다. 서울 1호 알뜰주유소인 광진구 용마주유소도 3분 거리의 S오일 폴주유소인 대원주유소보다 2원 비쌌다. 국민의 세금으로 알뜰주유소 사업자에 지원되는 혜택까지 감안하면 이런 가격은 선뜻 수용하기가 어렵다.

석유 시장의 독과점 체제를 경쟁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나무랄 생각은 없다. 하지만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국민들을 또다시 오도할 수 있는 자료를 배포하는 건 유감이다. 유통시장의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면서 알뜰주유소 기름값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는 요인을 찾아내는 것이 더 실질적인 처방이 아닐까.

조미현 경제부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