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출발' 재경기한 쑨양, 金따고 눈물 펑펑
5일 영국 런던 올림픽파크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1500m 결승에서 쑨양(중국·사진)이 실격처리될 뻔했다.

쑨양은 ‘준비(take your mark)’ 구령이 울리고 경기가 시작되려는 순간 갑자기 물에 뛰어들었다. 출발 버저가 울리기 전에 다이빙한 것이다. 누가 봐도 부정출발로 인한 실격처럼 보였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당시 중학생이었던 박태환 역시 출발 신호가 울리기 전에 출발하는 바람에 경기 한번 뛰어보지도 못하고 실격당한 바 있다.

그러나 심판진은 ‘실격’ 대신 ‘재경기’ 판단을 내렸다. 출발 버저 이전에 물에 뛰어든 건 박태환이나 쑨양이나 마찬가지인데 왜 쑨양은 실격당하지 않았을까. 외신에 따르면 ‘준비’ 구령 뒤 출발 버저가 울려야 하는데, 이날 경기 장내가 아주 소란스러운 바람에 스타트 요원이 버저를 울리는 대신 관중들에게 움직이지 말아달라는 뜻으로 ‘제자리로(stand please, stand please)’라고 외쳤다. 쑨양은 그 순간 물로 뛰어들어갔다.

버저 같은 휘슬을 불어댄 건 관중이었고, 이미 선수들에겐 스타트 진행요원이 ‘제자리로’를 외친 상태였기 때문에 심판위원회는 경기가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심판위원회는 쑨양의 잘못이 시끄러운 관중들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 부정출발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쑨양은 14분31초02로 자신이 갖고 있던 종전 세계기록(14분34초14)을 갈아치운 뒤 눈물을 펑펑 쏟으며 “실격당할까 겁이 났다”고 소감을 밝혔다. 쑨양은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준비’라는 말은 들었는데 그 다음 장내 아나운서가 ‘출발을 위해 조용히 해달라’고 안내하는 말은 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판정을 기다리며 다시 출발하기까지 걸린 몇 초 동안은 쑨양에게 지옥처럼 초조한 순간이었다. 그는 “잘못 출발하고 나서 물에서 나왔을 때 너무 두려웠고 머릿속이 하얗게 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경기 후 MBC와 가진 인터뷰에서 “나뿐만 아니라 다른 7명의 선수들은 쑨양이 실격한 줄 알았다”며 판정이 모호했음을 꼬집었다.

박태환(23)은 14분50초61의 기록으로 4위에 머물러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전날 예선에서 14분56초89의 기록으로 전체 6위를 차지한 박태환은 결승 7번 레인에서 물살을 갈랐다. 박태환은 첫 50m 구간을 1위로 돌았지만 50m 이후 구간부터는 쑨양이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박태환은 쑨양보다 19초59, 동메달을 딴 우사마 멜룰리(튀니지)보다는 10초30 뒤진 채 네 번째로 터치패드를 두드렸다. 은메달은 캐나다의 라이언 코크런(14분39초63)이 가져갔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