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에서 양궁 사격 유도 펜싱 등 비인기 종목에서 금메달이 쏟아졌다. 이들의 땀과 눈물은 대기업들의 꾸준한 지원과 만나면서 빛을 발했다. 기업인들의 후원이 없었다면 이들 비인기 종목은 ‘효자 종목’으로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4년에 한 번 있을 영광의 순간을 위해 기업들은 어떻게 선수들을 뒷바라지 해왔을까.

◆샌드위치로 끼니 때우며 펜싱 응원

2009년 대한펜싱협회 수장에 오른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은 모든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보며 응원하는 열혈 펜싱 팬이다.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워가며 수염도 깎지 않고 현장에서 응원하기로 유명하다. 손 회장은 취임 직후 “뭐든지 확실하게 해야 된다”고 말한 뒤 1억원을 들여 김종 한양대 교수에게 의뢰, 중장기 펜싱 발전 방안인 ‘비전 2020’을 마련했다. 또 연 3억5000만원 정도였던 지원금을 12억원 수준으로 늘렸다. 노후했던 장비도 2억원을 들여 최신 장비로 모두 교체했다.

국제대회 경험도 크게 늘렸다. 1년에 3명, 3번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국제대회 출전이 4~5명이 최소 8번, 최대 10번 정도로 늘었고 국제대회 성적에 따른 포상금까지 더해졌다. 인센티브까지 합하면 1년 지원금은 무려 20억원에 달했다.

◆대 이은 양궁 사랑… 선수들과 한가족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따내며 세계 최강의 자리를 굳힐 수 있었던 한국 양궁 뒤에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양궁 사랑’이 있었다. 대한양궁협회 측에 따르면 정 회장이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아 현재 부회장에 이르기까지 지원해온 규모는 300억원 이상.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 취임 뒤 97년까지 12년간 네 차례 회장을 맡았던 정 회장은 사비를 털어 각종 첨단 기기 등을 지원했다. 1991년 폴란드 세계선수권대회 때 선수들이 물 때문에 고생할 당시 스위스에서 비행기로 물을 공수해줬던 일화는 아직도 유명하다.

아버지의 뒤를 이은 정 부회장은 2005년부터 현재까지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다. 정 부회장은 최근 선수단에 ‘훈련에 활용하라’며 뉴 아이패드를 지급했다. 지난 6월 대표팀의 한라산 등반 극기훈련도 동행해 선수들을 격려했다. 정 부회장은 평소 선수들·코치진과도 가족처럼 지낸다. 지난달 29일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기보배, 최현주, 이성진은 경기 후 관중석에 있던 정 부회장에게 달려가 눈물의 포옹을 나눴다. 4일 오진혁이 남자 개인 금메달을 딸 때도 기보배 선수와 나란히 앉아 응원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자주 잡혔다. 남자 단체전이 열렸을 때는 임동현 선수 옆에서 우산을 쓰고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사격-한화, 핸드볼-SK, 체조-포스코

남자 10m 권총(진종오)과 여자 25m 권총(김장미)의 금메달 쾌거 뒤에는 한화그룹이 있었다. 김승연 회장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강초현 선수가 대전 연고의 실업팀이 없어 진로가 불투명해지자 강 선수 등 우수 선수 육성과 발굴을 위해 갤러리아사격단을 창단했다. 김정 한화그룹 고문이 2002년 6월부터 대한사격연맹 회장을 맡고 있고, 지금까지 80여억원의 사격발전 기금을 지원했다.

세계 최정상팀들을 격파하며 ‘우생순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한국 여자 핸드볼팀은 SK가 적극 후원 중이다. 2008년 12월 대한핸드볼협회장에 취임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핸드볼 대표팀을 직접 응원하기 위해 5일 영국 런던행 비행기에 올랐다. SK그룹이 핸드볼 발전을 위해 후원한 금액은 200억원 이상. 작년 10월에는 434억원을 들여 국내 첫 핸드볼 전용 경기장을 완공하기도 했고, 핸드볼발전재단을 만들어 70억원의 기금을 적립했다.

6일 남자 체조 도마 결승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양학선 선수 뒤에는 포스코가 있다. 포스코는 1985년부터 비인기 스포츠 육성 차원에서 대한체조협회의 회장직을 맡아 체조를 후원해 왔다. 1995년부터는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이 2010년부터 대한체조협회장을 맡고 있다.

포스코는 포철서초등, 포철중, 포철고 등 3개교에 남녀 체조부를 갖고 있고 2004년에는 포스코건설 체조팀을 창단했다. 이 밖에 대한항공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오랫동안 대한탁구협회를 이끌어 오고, 자체 탁구팀을 운영하는 등 탁구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왔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