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스트가 합법적으로 신원을 공개하고 공식적으로 활동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미국이 유일하다. 유럽과 일본 등은 로비를 법제화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세계 각국에서 자국이 추진하는 각종 해외 사업에 대한 이권 강화와 제품의 특허 보호 등을 위해 미국처럼 로비스트의 활동을 보장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로비를 1791년에 제정된 수정헌법 1조 속 ‘청원권’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수정헌법 1조는 ‘미 연방의회는 언론 출판의 자유나 집회의 권리, 불만의 시정을 위해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을 만들 수 없다’고 돼 있다. 그런 만큼 로비는 국민의 권리라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미국에서 사법부 또는 연방정부를 상대로 한 로비활동은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의회에 등록된 정책 로비스트 4만명과 변호사 5만명, 각 전문직 단체 및 노동조합 등에서 파견된 6000명의 대표자 등 워싱턴DC의 로비사업 종사자만도 줄잡아 10만명에 달한다. 미 의회소식 전문지인 ‘더 힐’은 최근 워싱턴 정가에서 활동하는 로비스트들의 연봉을 모두 합하면 연평균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가 넘는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로비관련 법의 특징은 투명한 공개에 있다. 의회는 1946년 ‘연방로비규제법(FRLA)’을 만들었다. 이 법에서는 로비스트의 등록과 활동 내역을 공개토록 의무화했다. 1995년엔 로비스트에 대한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로비공개법(LDA)’이 제정됐다. 이 법에 따라 로비스트나 로비회사는 6개월에 한 번씩 활동과 소득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고객 명단은 물론이고 로비활동 내역, 영향력을 행사한 법안의 번호, 로비활동에 쓰인 돈 등이 모두 포함된다. 특히 제때 신고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신고할 경우 최고 5만달러(5800만원)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일본에는 조기 퇴직 공무원을 민간기업에 취업시켜 주는 일본판 낙하산 인사인 ‘아마쿠다리(天下り)’ 관행이 있다. 로비 활동을 인정하거나 제한하는 법이 없어 이들 퇴직 공무원은 사회 전반에 퍼져 정·관계 인사를 상대로 활발한 로비를 하고 있다. 야스모리 이치오 일본 자유민주당 관계자는 “일본은 내각책임제여서 중앙 부처의 장관들이 모두 현직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로비의 정점은 정치인”이라며 “퇴직 공무원들은 현직 국회의원을 움직이는 보스와 관료들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각종 이권 로비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도 로비스트 등록법이 따로 없다. 그러나 외국에서 사법적인 문제를 일으켰더라도 국내 형법이나 형사소송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로비스트의 활동을 제한하지 않겠다는 것이 프랑스 정부의 방침이다. 대부분이 국영인 프랑스의 군수 항공산업 분야 대기업들은 외국을 대상으로 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관례적으로 로비스트를 고용, 계약 규모의 1~2%를 수수료나 활동 자금으로 지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