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퇴출된 저축은행과 정·관계 인사들 사이의 굵직한 불법 로비의혹 사건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미국과 같이 국내에서도 로비스트를 양성화하자는 논의가 불거지고 있다. 로비법 도입에 찬성하는 이들은 “법의 테두리에서 투명한 로비활동을 보장해 권력형 불법 로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서 “로비법 제정은 현행 사법체제를 뒤흔들고, 대량의 전문 브로커만 양성할 위험이 크다”는 반대론자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로비법 제정 찬성론자들은 인맥, 학맥 등으로 얽히고설킨 국내 정치권 및 산업계의 음성적 거래를 뿌리 뽑기 위해 전문 로비스트를 통한 로비활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영설 중앙대 법학대학원 명예교수는 “국내 정·관계에 만연한 부패, 비리 등을 없애기 위해선 로비법이 도입돼야 한다”며 “사회적 비용 등을 감안할 때 로비스트를 양성화함으로써 로비스트 활동을 공개토록 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 교수는 “이익단체가 많아지고 단체 간 이익관계가 복잡해지면서 단체의 로비는 당연한 것이지만 문제는 돈을 매개로 한다는 점”이라며 “음성적 로비를 없애기 위해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로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비법 도입이 대기업보다 로비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A대 법학 교수는 “중소기업의 경우 로비를 지원하기 위한 재정적·인적 능력이 빈약하다”며 “로비를 합법화하고 전문적인 로비스트가 생기면 중소기업의 로비활동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로비법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국내에선 주로 불법적인 로비 형태가 부각돼 ‘로비=검은 거래’라는 부정적 인식이 깊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보면 특별한 시험을 거치지 않고도 누구든지 법무부 등 관련 국가기관에 등록하면 로비스트로 활동할 수 있게 했다”며 “이는 헌법이 정한 국가 경영의 기본 틀에 어긋나며 기존 법률체계와도 본질적으로 상충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로비법은 불법청탁 행위를 ‘로비활동’이란 이름으로 미화해 허용하겠다는 것”이라며 “힘 있는 소수 대기업이나 단체가 전직 장관 등 고위층 출신 인사를 돈으로 사 정부에 영향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B대학 법학 교수는 “여론수렴이나 전문가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청문회와 토론회가 요식행위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공청회나 토론회를 충분히 이용한다면 굳이 로비법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