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사진)은 크게 보는 걸 좋아한다. 증시를 보는 시각도 그렇다. 현재 세계 경제는 ‘저출산 고령화’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과잉부채’라는 순환적인 문제가 가세하면서 장기 저성장의 높에 빠져 있다는 게 그의 기본 시각이다. 그런 만큼 “최근 증시 반등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시가 일시적인 유동성 랠리를 펼치는 것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홍 센터장은 “앞으로 증시는 섹터(업종) 싸움이 아니라 기업 싸움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차·화·정’이나 ‘전·차’처럼 잘나가는 업종에 대한 신조어가 유행했지만 앞으로는 같은 업종 내에서도 기업별로 실적에 따라 차별화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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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며칠간 코스피지수가 반등세를 보였는데.

“최근 세계 경제 흐름은 ‘두더지 게임’과 비슷한 것 같다. 어딘가에서 문제가 돌출하면 망치(경기부양책)로 때려 넣는 식이다. 최근 주가 상승 역시 이런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직까지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문제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21세기 세계 경제 성장의 본질은 ‘브릭스(BRICs)’로 대표되는 이머징마켓의 투자붐이었다. 그 과정에서 기업은 과잉생산을 했다. 개인은 주택에 과잉투자를 했다. 문제는 그것이 부채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문제가 생기자 정부가 돈을 풀었고, 그 결과 정부 부채 문제도 심각해졌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적인 문제까지 겹친 상황이다. 세계 경제는 장기간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증시를 떠나야 한다는 얘기로 들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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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진 않다. 세계적으로 금리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상당수 선진국의 10년만기 금리는 연 1%대다. 한국은 연 3%대다. 금리가 더 떨어지면 결국 주식을 쳐다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다만 주식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은 과거보다 낮출 필요가 있다.”

▷하반기 증시를 어떻게 보나.

“코스피지수는 1750에서 1950 사이를 왔다갔다할 전망이다. 상승동력은 전적으로 중국과 유럽의 경기부양책에 달려 있다. 지수가 1950선 위로 오르려면 실물경기가 바탕이 돼야 한다. 실물경기가 단기간에 회복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주도 업종은 무엇으로 보는지.

“앞으로는 섹터(업종) 싸움이 아니라 기업싸움이다. 수출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다. 경제 전체의 ‘파이’가 커지지 않다보니 한 기업이 잘나가려면 다른 기업의 몫을 뺏어와야 한다. 세계 경제가 4년째 위기에 처해 있다보니 그 기간 동안 경쟁력이 망가지는 회사와 살아나는 회사들이 생긴다. 이런 문제가 향후 주식시장에 주요 화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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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이 글로벌 제로섬 게임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

“한국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시장이다. 한국 기업들은 외환위기, 카드버블 등의 위기를 겪으면서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했다. 그 이후 질적 성장을 도모했다.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고 하지만 한국 기업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분야가 여전히 많다. 해저 12㎞까지 내려가서 원유를 시추하는 해양구조물은 한국에서 싹쓸이 하고 있다.”

▷‘모바일’과 ‘중국내수소비’ 관련 기업들이 잘나갔는데.

“모바일은 향후 1년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이 생겨난 거니까. 중국은 좀 조심해야 한다. 중국은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가는 것 같다. 양극화, 중복·과잉투자, 실업 문제 등이 심각하다. 중국은 ‘규모의 경제’가 아니라 ‘규모의 비경제’다. 기업들도 중국에 대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