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보조금 다시 '쥐꼬리'
2년 전 스마트폰을 구입한 직장인 박한일 씨(30)는 약정 의무사용 기간이 1일 끝났다. 박씨는 신형 스마트폰으로 바꾸기 위해 온라인 판매 정보 사이트를 들여다보다 깜짝 놀랐다. 지난달 중순 점찍어놨던 최신 스마트폰 가격이 그 사이에 30만원이나 올랐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이 최근 들어 보조금을 대폭 줄이고 있다. 일부 제품들은 보조금 규모가 반토막이 났다. 업계에선 ‘빙하기’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통신사의 수익성 악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보조금 ‘반토막’

스마트폰 보조금 다시 '쥐꼬리'
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출고가격이 99만9900원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에 46만원의 보조금을 줬던 한 통신사는 지난달 말 보조금을 23만원으로 줄였다.

팬택의 ‘베가레이서2’는 지난달 초 60만원대였던 보조금이 월말에 30만원대로 떨어졌다. 판매점이 동일한 마진을 가져갈 경우 소비자들의 부담이 줄어든 보조금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다른 통신사들도 스마트폰에 주는 보조금을 비슷한 수준으로 줄였다.

통신업계가 보조금을 줄인 이유는 ‘수익성 악화’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지난해 말 시작한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보조금 지급을 경쟁적으로 늘려왔다. 고객 빼앗기 경쟁이 치열할 때는 번호이동 고객에게 100만원에 가까운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LTE 경쟁을 주도한 LG유플러스는 지난 1분기 마케팅 비용으로 3506억원을 쓴데 이어 2분기에는 4866억원을 투입했다. 이로 인해 지난 2분기 순익이 적자(321억원 손실)로 전환했다.

이달 초 2분기 실적을 공시할 예정인 SK텔레콤과 KT도 1분기에 비해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2주 사이 번호이동 70% 감소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큰 폭으로 줄이면서 스마트폰 번호이동 가입자 수는 급격히 줄고 있다. 지난달 번호이동 건수는 2009년 6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주간 단위로 보면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달 둘째주 36만3871건에 달했던 번호이동 가입 건수는 넷째주 9만9839건으로 70% 이상 감소했다.

지난달 24일부터는 하루 번호이동 건수가 1만4000~1만8000건에 불과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 시장의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하루 2만4000건이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기준선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휴대폰 가입자가 줄면서 판매사업자들도 울상이다. 서울 신림동의 한 대리점 사장은 “최근 스마트폰 보조금이 급격히 줄다보니 가격이 올라 문의만 하고 돌아가는 고객들이 많아졌다”며 “가게 매출이 뚝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휴대폰 가격이 수시로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이다.

대학생 신재민 씨(27)는 “판매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같은 곳이라도 아침에 물어볼 때와 저녁에 물어볼 때 가격이 다르다”며 “스마트폰 구입만큼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없다”고 말했다.

보조금 축소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통신사들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지적도 있다. 내달 시행 예정인 장기약정 할인위약금 제도 이후 통신사 간 고객 빼앗기 경쟁이 다시 치열해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