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 성복동 LG빌리지3차 전용면적 164㎡형은 최근 5억원에 거래됐다. 1년 전 6억1700만원보다 1억1700만원 하락했고 4년 전인 2008년 7월(8억원)보다는 3억원이 빠졌다. 성복동 벽산첼시빌2차 전용 133㎡도 최근 1년 전보다 9000만원 낮은 3억8000만원에 집주인이 바뀌었다.

용인 성복동 D공인 관계자는 “최근 1년 사이 중대형은 1억원 가까이 하락했다”며 “아파트 매수세가 아예 사라진 상태여서 거래가격 하한선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주요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면서 담보가치인정비율(LTV)이 뛰어 대출 만기 때 집을 팔아 돈을 갚아야 하는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은행들 LTV 실태파악 착수

[주택담보대출 비상] 용인·분당·과천 'LTV 상승' 위험수위…가계부채 연착륙 유도
금융감독원은 LTV 상승에 따른 대출자들의 상환 부담이 심각한 지역으로 용인 분당 과천 인천 등을 꼽았다. 금감원은 지난달 31일 시중은행 수석부행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주택 하락폭이 큰 지역 주택담보 대출자들의 LTV 현황을 면밀하게 파악하도록 은행들에 지시했다. 아울러 LTV 초과 대출자들의 만기 상환 부담을 덜어줄 것도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상당히 많고 경제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갑자기 LTV 한도를 초과한 대출에 대해 원금상환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연체율이 급등하고 부동산 매물이 늘어나 시장이 더 얼어붙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풍선(가계부채)을 터뜨리기보다는 조금씩 바람을 빼는 식으로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금융위와 금감원 관계자들은 시중은행들에 “대출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러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더 문제가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지금껏 LTV 문제는 지점에 맡겼지만, 앞으로는 본점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며 “신용대출로 전환하면 이자를 감면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현재 상태에서 집값이 더 내리면 LTV 상승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LTV 초과 위험지역

최근 5년간 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용인 수지(-21.2%)와 기흥(-15.4%), 과천(-20.6%), 성남 분당(-17.1%), 김포(-15.2%) 등의 아파트 가격이 급락했다. 실거래가격을 놓고 보면 가격 하락폭은 30% 안팎으로 높아진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과천 분당 일산 등도 가격이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과천 별양동 주공4단지 전용 73㎡의 실거래가격은 1년 전보다 1억1500만원 낮은 5억원 선이다. 원문동 래미안슈르 전용 84㎡도 6억7000만원으로 1년 사이 4500만원 내렸다.

분당 서현동 시범우성 전용 84㎡도 1년 사이 9000만원가량 빠진 5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7월 11억5000만원 선이었던 정자동 현대아이파크1 전용 170㎡ 매매가격도 9억9000만원으로 10억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정자동 S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추락하면서 고점에서 산 수요자의 LTV가 70%대까지 높아지고 있다”며 “LTV가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산 장항동 호수마을 롯데아파트 전용 134㎡도 최근 4억7500만원에 거래돼 1년 새 1억2500만원 빠졌다. 장항동 J공인 관계자는 “LTV 상승으로 일부 채무를 갚아야 하는 집주인들이 적지 않다”며 “주택 거래가 안 되는 상황에서 LTV 상승은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LTV 상승이 부동산 거래시장의 또 다른 악재로 등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거래 침체와 가격하락 속에 ‘LTV 복병’의 등장으로 집값이 더 떨어지고, 세입자들이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유엔알컨설팅의 박상언 대표는 “전셋값 상승과 집값 하락 속에 LTV 대출부담이 가중되면서 세입자들도 보증금 전체를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세입자들은 대출이 많은 주택은 가급적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수/이상은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