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비상] 용인·분당·과천 'LTV 상승' 위험수위…가계부채 연착륙 유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수도권 아파트 대출한도 초과 어떻길래
빚 내서 8억에 산 수지 아파트 4년 만에 5억원
과도한 상환 압박땐 연체 급증·집값 하락 악순환
빚 내서 8억에 산 수지 아파트 4년 만에 5억원
과도한 상환 압박땐 연체 급증·집값 하락 악순환
경기 용인시 성복동 LG빌리지3차 전용면적 164㎡형은 최근 5억원에 거래됐다. 1년 전 6억1700만원보다 1억1700만원 하락했고 4년 전인 2008년 7월(8억원)보다는 3억원이 빠졌다. 성복동 벽산첼시빌2차 전용 133㎡도 최근 1년 전보다 9000만원 낮은 3억8000만원에 집주인이 바뀌었다.
용인 성복동 D공인 관계자는 “최근 1년 사이 중대형은 1억원 가까이 하락했다”며 “아파트 매수세가 아예 사라진 상태여서 거래가격 하한선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주요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면서 담보가치인정비율(LTV)이 뛰어 대출 만기 때 집을 팔아 돈을 갚아야 하는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은행들 LTV 실태파악 착수
금감원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상당히 많고 경제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갑자기 LTV 한도를 초과한 대출에 대해 원금상환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연체율이 급등하고 부동산 매물이 늘어나 시장이 더 얼어붙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풍선(가계부채)을 터뜨리기보다는 조금씩 바람을 빼는 식으로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금융위와 금감원 관계자들은 시중은행들에 “대출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러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더 문제가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지금껏 LTV 문제는 지점에 맡겼지만, 앞으로는 본점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며 “신용대출로 전환하면 이자를 감면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현재 상태에서 집값이 더 내리면 LTV 상승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LTV 초과 위험지역
최근 5년간 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용인 수지(-21.2%)와 기흥(-15.4%), 과천(-20.6%), 성남 분당(-17.1%), 김포(-15.2%) 등의 아파트 가격이 급락했다. 실거래가격을 놓고 보면 가격 하락폭은 30% 안팎으로 높아진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과천 분당 일산 등도 가격이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과천 별양동 주공4단지 전용 73㎡의 실거래가격은 1년 전보다 1억1500만원 낮은 5억원 선이다. 원문동 래미안슈르 전용 84㎡도 6억7000만원으로 1년 사이 4500만원 내렸다.
분당 서현동 시범우성 전용 84㎡도 1년 사이 9000만원가량 빠진 5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7월 11억5000만원 선이었던 정자동 현대아이파크1 전용 170㎡ 매매가격도 9억9000만원으로 10억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정자동 S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추락하면서 고점에서 산 수요자의 LTV가 70%대까지 높아지고 있다”며 “LTV가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산 장항동 호수마을 롯데아파트 전용 134㎡도 최근 4억7500만원에 거래돼 1년 새 1억2500만원 빠졌다. 장항동 J공인 관계자는 “LTV 상승으로 일부 채무를 갚아야 하는 집주인들이 적지 않다”며 “주택 거래가 안 되는 상황에서 LTV 상승은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LTV 상승이 부동산 거래시장의 또 다른 악재로 등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거래 침체와 가격하락 속에 ‘LTV 복병’의 등장으로 집값이 더 떨어지고, 세입자들이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유엔알컨설팅의 박상언 대표는 “전셋값 상승과 집값 하락 속에 LTV 대출부담이 가중되면서 세입자들도 보증금 전체를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세입자들은 대출이 많은 주택은 가급적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수/이상은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