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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데스크] MB정부 경제자유화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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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심기 경제부 차장 sglee@hankyung.com
    매년 1월 말이면 미국 헤리티지재단에서 전 세계 국가들의 경제자유지수(IEF·Index of Economic Freedom)를 발표한다. 미국의 보수를 대변하는 싱크탱크답게 기준도 명확하다. 기업과 개인의 경제 활동이 얼마나 자유로운지, 사유재산권과 무역·투자의 자유가 얼마나 보장되는지, 정부의 지출이 많거나 세율이 높지는 않은지가 판단 기준이다. 부패와 규제는 감점요인이다.

    한국이 올해 받은 점수는 69.9점(100점 만점)이다. 세계 순위 31위. 이명박 정부 출범을 한 달여 앞둔 2008년 1월에 받은 점수가 68.6점이었다.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면서 깎아내린 노무현 정부로부터 넘겨받은 점수다.

    구호뿐인 ‘비즈니스 프렌들리’

    그런데 ‘경제대통령’을 자처한 MB가 4년 동안 끌어올린 점수가 고작 1.3점이라니.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고, 규제의 대못뽑기로 업무를 시작한 MB로서는 굴욕스러운 점수가 아닐까. 글로벌 금융위기 탓으로 돌릴 수도 있지만 4년 내내 한 번도 70점을 넘지 못했고, 20위권에는 발도 담그지 못했다.

    헤리티지재단의 분류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자유화 정도는 3등급이다. 1등급 ‘자유로운(free)’, 2등급 ‘거의 자유로운(mostly free)’에도 못 미쳐 3등급 ‘어느 정도 자유로운(moderately free)’ 수준이다. 영국 프로축구에 비유하면 프리미어리그는커녕 2부인 챔피언십리그에도 끼지 못하는 3류다.

    이 정부가 애초로 잡은 목표는 85점이었다고 한다. “정권 초반 적어도 10점은 더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는 게 정부 고위 인사의 얘기다. 민간의 창의가 발휘되고 일자리도 늘어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 수준에 근접하면 경제자유지수도 선진국 수준인 80점 중반대는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는 설명이다.

    헤리티지 조사의 핵심은 경제적 자유와 경제 성장, 1인당 소득은 비례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최근 10년간 경제자유도가 가장 많이 개선된 국가의 1인당 연평균 소득 증가율이 3.7%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사례도 있다.

    경제자유와 국민소득은 비례

    흥미로운 사실은 정치권이 경제민주화의 벤치마킹 모델로 삼고 있는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등 이른바 복지국가 모델로 알려진 북유럽 국가들조차도 경제자유지수가 한국보다 높다는 점이다. 정부의 사회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30%에 육박하고 조세부담률도 25%를 넘는 이들 국가의 경제자유도가 높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그만큼 한국보다 더 많은 기업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규제는 최소화한다는 점이다. 경제활력을 높여 사회 전체의 부(富)를 키우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강하다는 것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전 세계 국가들이 글로벌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의 스포츠경기와 마찬가지로 상대가 있고 기록과 순위가 매겨지는 게임이다. 4년간 죽을 힘을 다해 노력했지만 상대가 더 많은 땀을 흘렸다면 메달을 딸 수 없다.

    내년 1월 헤리티지재단이 2013년 경제자유화 지수를 발표할 때 MB 정부가 이전 진보 정부보다 나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일군 기업들이 30위권의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데 그치는 불균형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MB 정부의 지지부진한 경제자유화 정책이 불러온 경제민주화라는 역풍, 내년에 이런 맞바람을 안고 글로벌 경쟁을 벌여야 하는 기업들은 이 역설적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심기 경제부 차장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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