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KT 등 통신사의 네트워크(망)를 빌려 쓰는 ‘알뜰폰(이동통신재판매·MVNO)’ 시장이 커지고 있다. CJ계열 케이블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이 올해 초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태광그룹 계열사인 티브로드도 8월1일부터 시장에 뛰어든다. SK텔레콤 자회사 SK텔링크도 지난 6월부터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선 현재 1.5%에 불과한 알뜰폰 서비스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케이블 1위 업체도 진출

권역 수 기준 케이블 1위 사업자 티브로드는 1일부터 ‘티브로드 모바일’이란 이름으로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다. 기존 알뜰폰 업체인 KCT(한국케이블텔레콤)와 재판매 서비스 계약을 맺고 티브로드가 케이블 사업을 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가입자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 회사의 케이블방송 가입자는 6월 말 기준 314만가구에 이른다.

티브로드는 일반 휴대폰(피처폰) 중심의 값싼 요금제를 도입해 틈새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유심(USIM·가입자 식별모듈) 카드 판매도 한다. 일반 요금제의 기본료는 5500~1만1000원 선이다. 티브로드 관계자는 “서비스에 필요한 자체 전산망 구축을 이미 끝냈다”며 “티브로드 권역 내 마케팅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CJ헬로비전은 올해 초 ‘헬로 모바일’ 서비스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했다. 티브로드나 SK텔링크와 달리 휴대폰 제조업체에서 직접 스마트폰을 공급받고 있다. 유심카드만 구입해 스마트폰에 쓸 수도 있다.

CJ 계열사와 연계한 요금제를 내놓은 것도 CJ헬로비전의 특징이다. 현재 CJ 계열 제과점 뚜레쥬르와 결합한 요금제를 선보였고 앞으로 CGV, 빕스(VIPS), 엠넷(Mnet)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달부터 케이블TV, 유선 인터넷, 인터넷 전화와 휴대폰을 결합한 서비스도 시작한다.

SK텔링크도 6월부터 ‘세븐 모바일’ 상품을 내놨다. 현재는 선불 요금제만 쓸 수 있지만 연내 자체 전산망 구축을 끝내고 내년부터 후불제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국제·시외전화 등 통신서비스 업체인 온세텔레콤도 5월 ‘스노우맨’ 브랜드로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주부 유소년 노년층 등 음성 통화를 적게 쓰는 이용자를 위한 상품과 스마트폰용 요금제를 발표했다.

◆최신 휴대폰 쓰기 어려워

알뜰폰의 강점은 값싼 요금제다. 헬로 모바일의 ‘유심 스마트플러스 30(월 3만원)’ 요금제는 음성 200분, 문자메시지 350건, 데이터 500MB(메가바이트)를 제공한다. SK텔레콤의 ‘올인원 44(월 4만4000원)’ 요금제와 음성, 데이터는 같고 문자메시지는 더 많다. 전화 사용량이 적은 사람들은 선불 요금제를 선택해 통신비를 줄일 수 있다.

단점은 쓸 만한 스마트폰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국내 통신 시장이 대형 통신3사 위주로 짜여져 있어 규모가 작은 알뜰폰 업체들이 최신 스마트폰을 공급받기가 쉽지 않다. 통신사들이 휴대폰에 수십만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얹어주기 때문에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상품 판매 대상이 공기계를 갖고 있거나 저렴한 요금제를 원하는 사람으로 한정되는 셈이다.

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대형 업체들이 자회사 등을 통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면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들이 알뜰폰에 대해 갖고 있는 막연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한편 최신 스마트폰 조달에도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