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3%대 '뚝'…돈 맡길 곳이 없다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연 4%의 예금 금리를 주는 금융사를 찾기 어려워졌다.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의 전체 정기예금 중 연 4.0%가 안되는 금리를 지급하는 정기예금 비중이 올 들어 처음으로 90%를 넘어섰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던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가 연 4.08%로 주저앉았다. 이에 따라 예금 이자로 생활하는 은퇴자들은 실질 소득 감소로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축은행 예금 금리 연 3%대 눈앞

저축은행 정기예금(1년) 금리는 올 들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연 4% 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마땅히 자금을 운용할 곳을 찾지 못한 저축은행들이 역마진을 우려해 예금 고객에게 주는 금리를 계속 낮춘 결과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2%포인트에 달하던 저축은행과 시중은행의 예금금리 차이는 0.5%포인트 안팎까지 줄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93개 저축은행의 1년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이날 현재 연 4.08%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저축은행 평균 예금금리가 연 4%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종전 최저 금리는 2010년 5~6월 연 4.11%였다.

저축은행 예금 금리는 올 들어 계속 떨어졌다. 지난 1월 연 4.5% 수준이었던 정기예금(1년) 금리는 4월까지 연 4.3%대를 유지했으나 솔로몬 등 4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한 5월 이후 더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을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예금금리가 연 5%를 넘으면 손실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저축은행의 평균 금리는 전국 평균보다 훨씬 낮은 연 4.01%다. 개점휴업 상태인 삼보저축은행(3.0%)이 가장 낮으며, 하나저축은행(3.70%), BS저축은행(3.80%) 등도 연 4%를 넘지 않는다. 한 금융지주사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은 적고 예금은 많다 보니 금리를 낮춰 수신고를 줄이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예금 90% 이상이 금리 연 4% 미만

시중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전체 정기예금 중 32.4%에 달했던 연 4%대 정기예금 비중은 지난달 8.8%로 급감했다. 대신 같은 기간 연 4% 미만 정기예금의 비중은 67.5%에서 91.2%까지 높아졌다.

이달 들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예금 금리는 더 떨어지는 모습이다. 산업은행은 무점포 예금 상품인 ‘KDB다이렉트 정기예금’ 금리를 1일부터 기존 연 4.3%에서 연 4.05%로 내리기로 했다. 하나은행의 ‘하나e플러스 정기예금’은 연 3.80%였던 금리가 이번 금리 인하로 연 3.30%로 떨어졌다. 우리 국민 신한 등 다른 은행들의 정기예금 상품도 마찬가지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인하한다면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대로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목돈이 필요없으면 만기가 긴 예금상품에 돈을 넣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