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쉐론 '엄기준 시계'가 가짜라고?
“앗, 저 시계가 드디어 드라마에 등장하다니!”

시계 마니아 남승우 씨는 최근 TV드라마 ‘유령’을 시청하다가 배우 엄기준 씨가 차고 나온 시계에 시선이 확 꽂혔다. 스위스 명품시계 중에서도 ‘특A급’으로 꼽히는 바쉐론콘스탄틴의 1억원대 시계가 화면 속에 클로즈업됐기 때문이다. 다이얼(시계판) 위의 세계지도와 옐로 골드 케이스, 갈색 스트랩(가죽줄) 등을 본 남씨는 메티에 다르 컬렉션의 ‘그랜드 익스플로러’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랜드 익스플로러는 바쉐론콘스탄틴이 탐험가 마르코 폴로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에 헌정하기 위해 2009년 전 세계 60개 한정판으로 만든 제품이다.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만든 최고급 오토매틱(기계식) 시계로, 개당 가격이 1억원을 넘는다.

하지만 엄씨의 시계는 드라마 제작진이 임의로 제작한 가짜였다. 유령 제작진은 최근 방송에서 바쉐론콘스탄틴의 그랜드 익스플로러 시계와 비슷하게 만든 복제품을 소품으로 썼다가 업체 측의 항의를 받고 뒤늦게 사과했다. 이 제품은 드라마에서 ‘살인범이 착용했던 시계’로 등장, 이야기 전개에 중요 단서가 됐던 소품이다.

당초 제작진은 정품 시계 협찬을 요청했으나, 바쉐론콘스탄틴이 본사 정책상 유명인사 협찬을 통한 간접광고(PPL) 마케팅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자 ‘짝퉁’을 만들어 촬영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가 관계자는 “무단 복제가 문제가 돼 한때 법적 공방 직전까지 갔다가 드라마 제작진이 공식 사과하고 드라마 속 제품을 교체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인터넷에선 이 가짜 시계가 배우 이름을 딴 ‘엄기준 시계’로 유명세를 탔다. 화면 상으로는 세계지도 그림을 포함한 주요 디자인이 모두 똑같아서 대부분의 시계 마니아들은 가짜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바쉐론콘스탄틴은 올해 설립 257년째인 세계 최고(最古) 시계 브랜드다. 메티에 다르 컬렉션을 통해 공예기술을 접목한 예술시계를 매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19세기 네덜란드 미술가 모리츠 코넬리스 에셔의 모자이크 작품을 시계 위에 재현한 신작을 내놨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