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은 축복인가 재앙인가. ‘얼마나 준비돼 있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것이다. 젊을 때부터 착실하게 준비했다면 노동에서 해방돼 노년기를 여유 있게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채 노후를 맞는 사람이 무척 많은 게 현실이다.

삼성생명 보험금융연구소가 유엔 및 통계청 자료를 인용, 최근 발표한 ‘주요국 은퇴소득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인구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2010년 기준 29.3%였다. 한국에선 고령자 10명 중 3명꼴로 일하고 있다는 의미다. 영국(3.9%) 프랑스(1.3%) 독일(2.1%)은 물론 우리나라와 문화가 비슷한 일본(19.4%)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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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월소득이 노후 좌우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노인이 많은 이유는 안정적인 월소득이 부족한 탓이다. 국내 노년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68만7000원으로, 일본(605만원) 프랑스(363만8000원) 이탈리아(329만6000원) 영국(290만8000원) 등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내 노년 빈곤율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45%에 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5%보다 세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의 전체 빈곤율이 14.6%로, OECD 평균(10.6%)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노인 빈곤 문제가 유독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특히 한국에선 노년 가구의 월소득 중 연금 등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36%에 불과했다. 모자라는 돈을 대부분 노동을 통해 메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삼성생명 측은 “우리나라에선 연금 역사가 짧기 때문에 은퇴자들이 적은 이전소득이라도 상당 부분 가족 부양자금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선진국 노인들은 상대적으로 노후를 즐길 여건을 갖췄다는 점이 통계로 입증됐다.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 노년 가구의 이전소득이 전체 월소득의 70%를 넘었다.

◆은퇴자들 “자녀 결혼도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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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은퇴했더라도 매달 안정적인 수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목돈을 쓸 일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들은 자녀의 결혼비용을 가장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안츠그룹이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4개국의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은퇴자금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알리안츠는 작년 4개 국가의 50세 이상 소득 상위 20% 부유층 602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은 “자녀 결혼 때 주택이나 혼수비용을 어느 정도 마련해줘야 하는데, 이 부분이 가장 걱정된다”고 답변했다.

또 전체 응답자 중 67%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구매력 감소가 걱정된다고 답했다. 매달 고정수입을 받도록 설계했더라도 매년 물가가 오르면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는 우려다. 노후자금 고갈 및 주식시장 침체를 우려하는 응답은 35% 미만이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가장 덜 받는 것으로 여겨지는 부동산이 가장 매력적인 투자 자산으로 꼽혔다. 전체 응답자 중 97%는 자가 거주용으로, 20%는 투자용으로 각각 생각하고 있었다. 4개국 중 홍콩 베이비부머들이 은퇴설계에 대해 가장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싱가포르가 뒤를 이었다. 한국에선 79%의 응답자가 “은퇴설계에 있어 실수를 범했다”고 답했다.

◆젊을 때부터 생애 재무설계 필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 갖고 평균 기대수명(약 82세)까지 안정적인 생활을 기대하는 것은 힘들다. 개인연금을 별도로 준비해야 풍요로운 노후생활이 가능하다는 게 은퇴설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전문가는 “젊을 때부터 퇴직 이후를 염두에 둔 생애 재무설계를 촘촘하게 짜놓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개인연금을 통해 최대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가급적 일찍 가입하는 것이다.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 효과 때문이다. 개인연금의 가입 제한은 없다. 과거에 있었던 ‘만 15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다’는 나이 제한도 없어졌다. 연금 수령은 만 45세부터다.

개인연금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다. 세제 적격 연금의 경우 연간 400만원 한도로 납입하면 연말정산 때 전액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비적격 연금엔 소득공제 혜택이 없다. 대신 10년 이상 납입하면 이자·배당소득이 비과세된다. 금액 한도도 없다. 때문에 적격 연금에 월 34만원가량씩 부은 뒤 나머지 일정액을 비적격 연금에 가입하는 게 좋다.

생명보험회사들이 판매하는 ‘종신형’ 연금보험에 가입하면 사망할 때까지 일정액을 받을 수 있다. 오래 생존할수록 유리한 구조다. 다만 개인연금에 가입하기 전 상품별 수수료를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업비는 상품별로 다르지만 가입 후 7~10년간 월 납입금액의 10% 정도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