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낮은 출산율과 급속한 평균수명 연장으로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인생 100세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100세 시대는 일하는 기간보다 돈을 쓰는 기간이 더 길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은퇴 이후를 대비한 자산축적이 중요한 시점이다. 2005년 12월 근로자의 퇴직금 수급권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퇴직연금제도는 근로자는 물론 자영업자(2017년 7월26일 이후 시행)까지 영역을 확대, 향후 노후준비의 큰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이란

퇴직연금제도란 기업이 근로자의 노후소득 보장과 생활안정을 위해 근로자 재직기간 중 퇴직금을 외부의 금융기관에 적립하고, 이를 사용자(이하 기업) 또는 근로자의 지시에 따라 운용해 근로자가 퇴직할 때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받도록 하는 ‘기업복지제도’다.

종전의 퇴직금제도는 기업이 도산하면 근로자는 일자리는 물론 퇴직금 수급권마저 보호받지 못할 염려가 있었으나,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업이 도산해도 근로자는 금융회사로부터 적립된 퇴직금을 안전하게 수령할 수 있다. 퇴직연금은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구분된다.

DB형은 기존의 퇴직금제도처럼 근로자가 퇴직하는 시점에서의 임금액과 근로기간을 기준으로 퇴직급여를 확정하는 제도다. 반면에 DC형은 매년 기업이 부담하는 금액은 확정되지만 근로자의 퇴직급여는 적립금의 운용성과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 7월26일 법개정 이후 시행된 IRP는 근로자가 퇴직 후 퇴직급여를 수령하거나 퇴직연금제도 가입 근로자의 추가 납입을 위한 것이다.


◆확정급여형 vs 확정기여형

DB는 기업이 운영의 주체가 되는 방식으로, 근로자 입장에서는 기존의 퇴직금제도와 운용방식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나지 않는 제도다.

기업이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퇴직급여부채의 일정부분(현행 60%) 이상을 퇴직연금 사업자인 금융회사에 예치해 놓고, 기업은 이 자산을 퇴직연금상품으로 운용한다. 근로자들이 퇴직 때 지급받는 금액은 이 자산의 운용 결과와 상관없이 퇴직금과 같은 확정된 금액이 된다.

이와 달리 DC는 가입 근로자가 자신의 퇴직급여 자산운용의 주체가 돼 운용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부담금이 사전에 결정되고, 적립된 부담금을 가입 근로자가 스스로 운용해 실적에 따라 퇴직급여가 바뀐다.

DC에서 기업은 매년 근로자 개인별로 연봉의 12분의 1 이상을 부담금으로 납입하고 근로자들은 이 부담금을 직접 운용한다. 즉, 사용자의 책무는 매년 부담금을 납입하는 것으로 끝나고, 이후에는 가입자 책임하에 스스로 운용해 그 실적에 따라 본인의 퇴직급여가 변동되는 것이다.

DB와는 달리 사용자의 부담금이 100% 사외 적립됨에 따라 기업이 도산해도 체불의 위험성이 없고 기업 입장에서도 매년 부담금이 고정되므로 비용예측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DB와 DC 중 어떤 제도가 유리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임금상승률이 높은 기업이라면 DB가 유리하며 투자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DC가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개인형퇴직연금 시행

지난달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에 따라 시행되는 IRP는 퇴직연금 도입 사업장에서 근로자 퇴직 때 퇴직급여가 근로자가 미리 설정한 IRP계좌로 자동이전 처리돼 퇴직금을 바로 사용하지 않고 은퇴할 때까지 보관 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운용기간 중 발생한 이자(배당)소득이 비과세돼 수익 전액이 재투자되기 때문에 복리효과 및 과세이연 효과를 최대한 누릴 수 있다. 향후 일시금 또는 연금(55세 이상) 중 선택해 수령할 수 있다.

퇴직연금 가입자의 경우 IRP를 추가 설정해 연 1200만원 한도 내에서 직접 부담금을 납입할 수 있다. 연금저축과 합산해 연간 4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의 특례조항으로 10인 미만 상시근로자가 근무하는 사업장의 경우 노동부에 규약신고 없이 개인형 퇴직연금제도를 활용해 제도도입이 가능하다. DC형과 유사한 제도로 기업형 IRP라 불린다.

IRP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 전에 운용되고 있던 개인형 퇴직연금계좌(IRA)를 더욱 강화한 것이다. 퇴직연금 가입자의 퇴직시 퇴직급여가 강제 이전됨에 따라 개인의 자산운용을 위한 금융회사의 선택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각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더욱 차별화된 자산운용 시스템 및 인력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연금 운용상품 ‘주목'

각 금융회사에서는 가입자가 자신의 필요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도록 다양한 퇴직연금 운용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퇴직연금제도에서 운용하고 있는 상품은 크게 원리금 보장형과 실적 배당형으로 구분된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은 은행상품인 정기예금, 증권회사의 상품인 원리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 보험회사의 상품인 이율보증형 보험이 대표적이다. DC와 IRP의 경우에는 원리금 보장 운용방법이 하나 이상 포함돼야 한다.

실적배당형 상품으론 집합투자증권, 즉 펀드가 대표적이다. 고객 성향에 따라 선택이 가능할 수 있도록 채권에 60% 이상 투자하는 채권형, 주식에 40% 이하 투자하는 채권혼합형, 주식 최대 투자비율이 40~60%인 주식혼합형, 주식에 60% 이상 투자할 수 있는 주식형 등의 다양한 국내외 펀드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실적배당형 상품 중 주식혼합형 및 주식형 펀드는 적립금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DC형과 IRP에서는 투자할 수 없다. DB형에서는 주식형 펀드 및 주식혼합형 펀드에도 투자가 가능하나 각각 50% 이내에서만 투자할 수 있으며 위험자산을 합산해 70%를 초과할 수 없다.

홍은 <국민은행 퇴직연금사업부 상품팀장 oxen2002@kbsta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