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엘 에리언 핌코 최고경영자(CEO·53·사진)가 빌 그로스에 이어 세계 채권시장의 새로운 제왕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8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세계 최대 채권 투자펀드인 핌코의 창업자로 채권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채권왕으로 불려온 그로스보다 CEO인 엘 에리언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엘 에리언 CEO는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와 블룸버그, 영국의 BBC 등에 출연해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투자자들도 그의 분석에 귀를 기울인다. 이렇게 활발히 활동하는 것 자체가 그의 영향력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다. NYT는 “엘 에리언 CEO가 그로스의 그늘에서 벗어나 서서히 자신만의 색깔을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중동담당 부국장을 지내다 1999년 핌코에 합류한 엘 에리언은 거시경제에 능통한 전문가로 통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및 이에 따른 금융위기 등으로 불확실한 최근 시장 환경에서 거시경제에 대한 그의 전망이 핌코 펀드의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지난 5년간 핌코의 대표적 채권펀드인 ‘토털리턴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9.5%에 달했다.

거액 연봉도 엘 에리언의 위상을 잘 말해준다. 지난해 그는 1억달러에 달하는 연봉을 받았다. 이는 월스트리트 CEO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아온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보다 4배 많은 것이다.

그로스도 엘 에리언을 후계자로 인정했다. 그는 “엘 에리언은 명백한 나의 후계자”라고 말했다. 미국 채권투자업체 인비전캐피털매니지먼트의 메릴린 코언은 “엘 에리언이 결국 그로스의 뒤를 잇게 될 것”이라며 “두 사람이 함께 일함으로써 엄청난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투자전략에 있어서는 엘 에리언이 그로스보다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그의 채권 거래 경험이 적어 그로스의 내공을 따라잡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