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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집단소송제, 기업현실 함께 고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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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징금에 징벌적 손해배상 추가
    미·EU도 중복 제재는 하지않아
    경제활동 조화…단계도입 바람직"

    신현윤 <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
    최근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공정거래법에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될 경우 피해자 중 일부가 공정거래법 위반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이기면 똑같은 피해를 당한 나머지 피해자는 별도의 소송 없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게 된다. 더구나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다면 피해자들은 법 위반기업으로부터 통상 3배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소액 다수 피해자들의 권리가 하나의 절차를 통해 구제됨으로써 소송경제에 기여함은 물론, 그동안 유명무실하게 운영돼 왔던 민사적 구제시스템을 확충해 소비자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고 법 위반행위를 크게 억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공적(公敵)인 담합이나 하도급 또는 납품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을 울리는 대기업의 횡포에 엄중한 법집행이 요구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異論)이 있을 수 없다. 법 위반행위로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각인시킴으로써 시장질서를 저해하는 각종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고 중소기업과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 제도가 현행 공정거래법상의 규제와 체계적 정합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앞으로 법 실효성의 제고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는지 선행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더 나아가 법 위반기업을 비롯해 시장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부작용에 대해서도 종합적이고 세밀한 분석과 함께 그 보완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이 제재의 중복성과 과잉성 여부다. 현재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금전적 제재로서 부과되는 과징금은 법 위반행위로 얻은 부당이득을 어느 정도 국가가 환수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만약 이에 더해 기업이 얻은 부당이득에 해당하는 상대방 손해액의 3배를 피해자에게 징벌적 배상하도록 할 경우 헌법상 비례의 원칙 내지 과잉금지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비교법적으로도 금전적 제재에 관한 한 미국은 민사적 제재(징벌적 손해배상), 유럽연합(EU)은 행정상 제재(과징금)에 중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을 뿐 이 두 가지 제재를 동시에 가하는 나라는 아직 없다.

    현재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를 통해 강력한 공적 집행권한을 가지고 있다. 만일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될 경우 시민단체나 소비자단체와 같은 사적 집행기관의 역할이 커지게 되고 법 위반기업의 입장에서 3배 손해배상금은 공정위의 과징금보다 훨씬 큰 금액이기 때문에 이 제도가 가지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칫 소송의 남용이나 규제권력의 사적 단체로의 이전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도 있다.

    입법 순서면에서도 사후적 피해구제에 중점을 둔 집단소송이나 징벌적 손해배상보다 위법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거나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자가 그 위법행위를 하거나 할 우려가 있는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를 상대로 그 행위의 중지 또는 예방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사적 금지청구권 도입이 먼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입법정책적으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법 위반행위를 제재적 시각으로만 접근할 경우 자칫 역동적이고 복잡다단한 경제적 현상을 간과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법 위반행위가 통상 기업의 영업활동과 밀접하게 결합돼 있거나 영업활동 그 자체로서 행하여지기 때문에 기업활동과 전체적인 조화 속에서 법 위반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제도가 가지는 시장에서의 파괴력에 비춰 초기단계에서부터의 전면적 도입보다는 현행법 체계와의 정합성 및 제재조치의 비례성에 유의하면서 그 대상, 요건과 범위 등을 점차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현윤 <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hyunyoon@yonsei.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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