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교 2학년생입니다. 최근 뉴스를 보니 중국의 수출이 둔화되자 우리 수출도 함께 나빠지고 있다고 하던데요, 제 기억으로는 지난해 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 수출이 감소하자 우리 수출이 반사효과 등으로 호조를 보였다고 들었습니다. 왜 이렇게 각국의 수출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건가요?

A. 한 나라의 수출은 다양한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환율, 유가, 세계경제 성장률, 각국의 경제상황 등 여러 거시적 요인들뿐만 아니라 수출경쟁력, 산업구조 등 미시적 요인들에 의해서도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죠. 우리나라와 이웃 나라인 일본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어 3국 간의 교역규모도 매우 크고 교역 내용에 있어서도 상호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수출 분업 관계에 있어 세 국가의 산업구조가 상이해 일본과 중국의 수출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지요. 그럼 최근 사례를 통해 이런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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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진과 우리 수출 호조

지난해 3월 일본 대지진 발생 당시 각국 연구기관 및 기업들은 일본 지진이 자국 및 자국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추산하기 위해 매우 분주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는 일본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데다 지진 규모가 워낙 컸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세계 각국에 어떤 경로로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의 각 기관들도 일본 지진의 영향이 얼마나 지속될지, 우리나라에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영향을 줄지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들이 제시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해 일본 수출은 조업 중단 및 전력문제 등으로 상당폭 축소됐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했지요. 이로 인해 미국 등 일부 국가들은 일본에서의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생산차질을 빚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타 국가와 달리 우리 수출은 오히려 호조를 보이며 자동차,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당해 상반기중 20%대의 높은 수출 신장세를 보였죠. 한때 우리 업체가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일본 업체의 시장점유율을 추월하는 유례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높은 수출경합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수출경합도란 한 시장에서 두 국가가 서로 얼마나 경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만약 두 국가의 수출상품 구성과 품질이 비슷해 수출시장에서 서로 경쟁하게 될 경우 한 쪽의 수출이 줄면 그 반사효과로 다른 쪽의 수출은 늘어나게 됩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이 점차 높아지면서 자동차, 전기전자, 석유화학, 철강, 선박 등 많은 부문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데 두 국가 모두 이들 품목이 주력 수출품목이다보니 일본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거나 수출가격이 올라 수출이 줄게 되면 우리에게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엔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이로 인해 일본 수출경쟁력이 향상될 경우 일본 수출이 늘어나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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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출 부진과 우리 수출 둔화

한편 일본과는 달리 대체적으로 중국의 수출 부진은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로 중국의 수출이 둔화되자 그동안 우리 수출을 견인하던 대(對)중국 수출도 함께 줄어들며 상반기 중 우리 수출 증가율이 0%를 겨우 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미국(10.2%), 동남아(6.0%), 중동(17.3%) 일본(2.4%) 등 대부분 국가에 대해서는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를 보인 반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1.5%)에 대해서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현상은 중국과 우리 수출이 일본과 같은 경쟁적인 관계보다는 수직적 형태의 분업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보다 높은 기술 수준을 가진 우리나라가 중국에 부품·소재를 제공하면 중국은 이를 가공해 제3국으로 수출하는데 이때 중국의 대 세계 수출이 줄게 되면 우리 수출도 함께 줄게 되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 중 70% 정도가 부품 등의 중간재이며 이 중에서 수출용 중간재가 약 75%에 이르고 있어 중국 수출 부진은 우리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주로 정보기술(IT) 기계 등의 부품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은 중국에서 대 선진국으로 보내는 수출품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연합(EU) 지역은 중국의 최대 수출지역이자 중국이 생산한 IT 및 기계의 주요 수요처이기 때문에 최근 EU 지역의 부진이 중국 수출을 거쳐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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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간 많은 국내 기업들이 생산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한 것도 이런 중국과의 수직적 분업 관계를 강화시킨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휴대폰, LCD 등 일부 수출품목들이 중국 내에서 생산돼 유럽, 미국 등 각국으로 수출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여기에 쓰이는 각종 부품들이 아직까지 상당 부분 국내에서 공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만약 환율 및 수출가격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면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죠.

이처럼 상이한 국가 간 수출구조 때문에 일본과 중국의 수출 변화가 우리 경제에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가 뉴스에서 자주 보게 되는 환율, 경상수지와 같은 지표들도 그것이 어느 국가의 변수이냐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지요.

김보희 < 한국은행 조사총괄팀 조사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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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퀴즈

다음 중 2011년 현재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지역은 어디일까요?

(1) 미국 (2) 일본 (3) 중국 (4) EU (5) 아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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