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저가공세…피아트 "더 못참아…車시장 피바다로 만들었다"
세르조 마르키온네 피아트 회장(사진)이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폭스바겐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저가 공세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이유에서다. 폭스바겐은 “마르키온네 회장은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회장직에서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맞받았다.

마르키온네 회장은 지난 25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유럽 자동차 시장은 1996년 이후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며 “하지만 폭스바겐은 경제위기를 시장 확대의 기회로 삼아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폭스바겐이 가격과 이윤을 깎아먹는 출혈경쟁을 벌이면서 업계를 ‘피바다(bloodbath)’로 만들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폭스바겐은 곧바로 정면대응에 나섰다. 슈테판 그뤼젬 폭스바겐 홍보담당 대표는 성명을 통해 “마르키온네는 ACEA 회장 자격이 없으니 즉각 사임하라”고 반박했다. 마르키온네 회장은 유럽 18개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 모임인 ACEA 회장을 겸하고 있다. 크리스티안 클링글러 폭스바겐 판매 이사도 “아무리 경쟁이 심해도 폭스바겐은 출혈 판매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올해 유럽에서 자동차 판매 규모는 2007년 대비 300만대 줄어든 1240만대로 예상된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32억8000만유로를 기록할 만큼 순항하고 있다. 반면 피아트는 올해 상반기 자동차 판매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17.1%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31일 공개 예정인 2분기 실적도 간신히 적자를 면할 정도로 예상된다. 피아트는 판매 감소로 이탈리아 카시노 공장 폐쇄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마르키온네 회장은 불경기에 살아남기 위해선 유럽 자동차업체들이 보조를 맞춰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다임러, 폭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업체들이 반기를 들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