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5대그룹에 올 하반기 투자를 계획보다 줄이지 말 것을 공식 요청했다. 이에 대해 5대그룹은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불확실 요인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투자를 계획대로 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26일 청와대와 재계에 따르면 김대기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25일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을 비롯한 5대 그룹 기획·총괄사장들과 회의를 갖고, 투자계획 이행 여부 등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김 수석은 대내외 경제상황이 만만치 않지만 내수경기가 급속히 위축되지 않도록 5대 그룹이 투자계획을 축소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5대그룹 기획·총괄사장들은 “하반기 경영환경이 좋지 않지만 정부의 내수활성화 방침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장들은 “5대그룹이 올초 발표한 총 104조원의 금년 투자계획액 중 절반가량인 50조원 이상을 이미 상반기에 투자 완료했다”며 “하반기에도 계획대로 투자를 모두 실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또 골목상권 등 내수진작을 위해 재래시장용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을 5대 그룹이 적극 구매해 줄 것을 요청했다. 5대 그룹은 온누리상품권 구입도 당초 계획보다 늘리겠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지난주말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내수활성화를 위한 ‘끝장 토론’의 후속 조치 중 하나로 5대그룹의 경제상황 인식을 들어보고, 정부의 내수진작 시책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회의를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식경제부는 5대그룹을 중심으로 실제 하반기 투자가 계획대로 이뤄지는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8월 중엔 6~15대 그룹과도 회의를 열어 투자확대 등 내수진작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어 조선·플랜트 제작금융을 확대하고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수출금융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수출입은행의 제작금융 한도를 3조원으로 1조1000억원 추가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무역보험 지원 목표를 30조원에서 32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차병석/조미현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