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衣食住) 관련 종목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주요 의류·건설 업체 주가는 ‘호황의 끝물’이던 작년 하반기 대비 반토막으로 쪼그라들었고 경기방어주로 꼽히는 음식료주는 한 달 전부터 불거진 ‘국제 곡물 가격 폭등’이란 복병을 만나 고꾸라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하반기 경기 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의식주 종목에 투자할 때는 다른 업체와 차별화된 ‘성장 스토리’를 갖고 있는 종목을 골라내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침몰하는 의식주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섬은 200원(-0.90%) 내린 2만2000원에 마감, 올 들어 최저가를 기록했다. 올초 현대백화점그룹에 편입되며 승승장구하던 한섬은 경기 침체로 값비싼 여성복 판매가 위축되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최근 3개월간 하락폭만 42.10%에 달한다.

한섬뿐만이 아니다. LG패션 신세계인터내셔날 베이직하우스는 작년 하반기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휠라코리아도 40%가량 폭락했다. 소비심리 위축→의류 구매 감소→재고 확대→할인 판매 비중 증가→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된 데다 H&M 자라 유니클로 등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공세가 더해진 탓이다.

건설주도 위축되기는 마찬가지다.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등 주요 건설업체 주가는 최근 3개월 동안 20% 이상 빠졌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내수 건설경기가 바닥권을 맴돌고 있는 데다 해외 시장에서도 ‘저가 수주’ 경쟁이 붙으면서 수익성이 나빠진 탓이다.

상대적으로 견조했던 음식료주는 지난달 말부터 불거진 밀 콩 옥수수 등 국제 곡물 가격 급등세에 ‘한방’ 먹었다. 밀 선물 가격은 지난 20일 당 347달러(시카고상품거래소 최근월물 기준)로, 전달 대비 43.8% 급등했다. 옥수수와 콩 선물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0.6%와 28.5% 치솟았다. CJ제일제당 대상 등 곡물 수입량이 많은 업체는 한 달 사이 20% 가까이 급락했고 수입 곡물로 각종 식품을 만드는 가공업체도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부진 장기화 가능성…‘옥석’ 가려야

증권가에선 의식주 종목이 동반 침몰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쪼그라든 살림살이’에서 찾고 있다. 수입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은 멀었다’는 시그널마저 나오자 ‘살림살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김승현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전셋값 상승 여파로 각 가정의 여윳돈이 줄어든 상황에서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불황이 장기화될 수 있는 만큼 의식주 업종에 투자할 때는 ‘차별화된 성장 스토리’를 가진 기업을 눈여겨보라고 입을 모은다. ‘바나나맛 우유’로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빙그레가 대표적인 예다. 빙그레는 바나나맛 우유의 중국 수출액이 작년 5억원에서 올해 200억원 안팎이 될 것이란 전망 덕분에 지난 3개월 동안 37.38%나 올랐다. 동원산업은 세계적으로 참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어족 자원 보호 차원에서 공급은 제한돼 있다는 사실이 부각되며 최근 3개월간 24.46% 상승했다.

의류 분야에선 작년 말 내놓은 ‘제이.에스티나’ 핸드백으로 인기몰이에 나선 로만손이, 건설 부문에선 평택 미군기지 공사 수주가 예상되는 남화토건이 경쟁 업체와 차별화된 성장 스토리를 지닌 종목으로 분류된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