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눈먼 돈’ 논란을 빚고 있는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금 제도를 13년 만에 뜯어고치기로 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26일 “연말까지 원전 가까이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현행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발주법)을 대폭 개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전 반경 5㎞ 이내 지역에 지원금이 더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자금 집행기준을 바꾸고, 주민들을 위한 수익 사업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줄줄 새는 원전 주변 지원금

1989년 제정된 발주법은 발전소 주변지역의 주민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해당 지역의 발전량에 따라 매년 지원금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리 영광 월성 울진 등 4개 원전 지역에 투입된 원전 주변지역 지원금은 1990년 이후 작년까지 총 1조6914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원전을 유치한 지방자치단체의 균형발전이란 명목으로 지원금의 상당 부분을 5㎞ 이내 주변지역 외에도 쓸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한 해 수백억원의 지원금 사용처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신고리 3·4호기가 있는 울산 울주군은 이 지원금을 주변 지역인 서생면에 간절곶 스포츠파크(212억원) 서생종합복지센터(105억원) 등을 짓는 데 썼다. 하지만 한 주변지역 주민은 건물만 번지르르하지 실제 주민들의 이용률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시설은 주변 주민들에게도 이용료를 받고 있다.

신월성 원전 1·2호기가 건설된 경북 경주는 지역 주민의 반대가 있었지만 2004년 원전 건설로 배정된 특별지원금을 경주 예술의전당을 짓는 데 썼다. 영광 1~6호기가 있는 전남 영광에서도 300여억원이 명문고 육성사업 등에 투입됐다.

◆원전 인접지역 이외 지원금 비중 축소

지경부는 원전 인접지역에 대한 지원금을 늘리기 위해 군수 등 해당 지역 지자체장이 주변지역 이외 지역에 쓸 수 있는 지원금 비중(현행 50% 이내)을 낮추기로 했다. 지원금이 선거를 의식한 지자체장의 선심성 예산으로 쓰이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또 지원금의 혜택이 원전 반경 5㎞ 이내 최인접 지역 주민들에게 우선적으로 사용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지경부는 또 대부분 영세 농어업에 종사하는 인접지역 주민들의 소득 증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공판장 사업 등 지역 수익 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개편안에 담을 방침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원전 유치 및 운영은 무엇보다 인접지역 주민들의 수용성이 관건인 만큼 지원금 혜택은 원전 주변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게 맞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호/조미현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