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EU 측에 요구했다는 소식이다. 아르노 몽트부르 산업부 장관은 “프랑스가 한국 자동차 회사들과 불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표현까지 썼다고 한다. 한·EU FTA가 발효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 올랑드 좌파정권의 반(反)개방적, 반시장적 조치가 우려된다. 좌파는 원래 모든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데 익숙하다.

EU의 전체 자동차 시장은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프랑스에선 14%나 줄어들었다. 내수 위주의 푸조시트로앵그룹(PSA)은 매출이 13.9%나 감소해 7억유로의 적자를 냈다. 르노도 17.1%, GM도 10.8%나 매출액이 떨어졌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동안 유럽 판매액이 각각 15%, 28% 늘어났다. 시장점유율도 2.99%로 껑충 뛰어올랐다. 프랑스와 유럽에서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는 한국차다. 무엇보다 생산성에서 차이가 난다. 유럽의 싱크탱크인 ECIPE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노동생산성을 조사한 결과 독일이 36%, 한국은 47.6%나 높아졌다. 이에 반해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오히려 2.2%, 6.6% 감소했다. 부품 공급망의 국제화 수준도 한국은 47.8%가 증가해 일본에 이어 2위다. 반면 독일은 25.5%, 프랑스는 11.8%에 불과하다. 현대·기아차는 각종 글로벌 콘테스트에서도 호평을 받는 등 디자인 경쟁력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푸조그룹은 엊그제 2014년까지 8000명의 종업원을 해고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해고불가를 내걸고 근로자들이 시위에 착수했고 올랑드 정권은 곧바로 현대차를 희생양으로 삼는 낡은 수법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FTA로 이득을 얻는 쪽은 유럽이다. 상반기 동안 EU가 10억달러를 더 벌어갔다. 오히려 한국이 세이프가드를 얘기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