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너무 고요해 찾아드는 산새와 친구가 되고 밤이면 머리맡으로 별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별똥별이 떨어지는 곳, 그래서 떠날 때 더없이 아쉬움이 남는 마을이 있다.

경상북도 문경시 농암면 궁기리에 위치한 궁터마을이 바로 그곳. 32번 국도를 빠져 나와 구불구불 덜컹이는 비포장 도로를 달리면 찾을 수 있는 마을이다.

○원시자연의 청정함

백두대간인 청화산과 조향산이 품고 있는 궁터마을은 원시자연의 청정함과 때묻지 않은 인심이 살아 있는 산촌마을이다. 후백제 견훤왕의 아버지 아자개의 고향이자 견훤왕이 어린 시절 호연지기를 기르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마을 뒷산은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의 수행처가 자리했던 신성한 터이기도 하다.

전국의 다른 팜스테이와 달리 이 마을은 편한 마음으로 쉬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관광객의 건강까지 고려한 여러 가지 체험장과 완벽한 민박시설을 갖춰놨다. 이를 위해 문경시는 작년 12월 궁터산촌생태마을을 조성했다. 사업비 13억원이 투입돼 연면적 350㎡로 산촌체험시설, 산촌문화회관, 임산물 집하장 및 산채 재배시설(3960㎡) 등을 갖췄다.

도시민들은 산촌마을의 청정하고 맑은 공기를 느끼며 하룻밤을 묵으면 옛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날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궁터산촌생태마을 조성을 통해 산촌관광 활성화와 산촌 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상욱 궁터산촌생태마을 대표는 “앞으로도 먹거리 개발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산촌관광 활성화 및 산촌 소득 증대를 도모하고 모든 주민이 주인이 되는 생태마을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5개 농가 팜스테이 참가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건강 수련이 가능한 이 마을에는 총 5개 농가가 팜스테이에 참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건강체험 마을’의 특색을 갖추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통무예 수련과 전통 침놓기 등과 함께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는 치료법을 통해 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식이 요법 등을 권한다. 산간마을 농사체험은 비탈진 밭일이 주인데 봄에 활짝 꽃망울을 터뜨리는 배나무 농사일부터 버섯 채취까지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다. 목재를 이용한 나무 깎기로 찻잔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것도 재미다.

궁터마을을 찾으면 계절별로 다양한 농촌체험도 해 볼 수 있다. 봄에는 고로쇠 채취, 산나물(곰취 산마늘 고사리 영아자) 채취, 순채(두릅 엄나무 참죽 오가피) 채취, 감자심기, 고추심기, 고구마심기, 철새관찰이 가능하다. 여름에는 복분자따기, 오디따기, 불루베리따기, 가재잡기, 다슬기잡기, 개울가 돌쌓기를 할 수 있고 가을에는 사과따기, 밤줍기, 김장체험, 도토리줍기, 허수아비 만들기가 이뤄진다. 겨울에는 두부 및 메주 만들기, 연날리기 등 사계절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궁터마을은 전체가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고 있으며 농약 대신 쑥 등을 발효해 병해충을 방제하고 있어 농사체험, 전통국궁체험, 천연약천탕욕 등을 할 수 있다.

○종류별 로컬푸드 프로그램 인기

입과 눈을 즐겁게 해주는 먹거리와 볼거리도 풍부하다. 전통식 문화 해설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김종선 대표가 방문객 유형별로 전통음식을 같이 만들어 먹는 종류별 로컬푸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특히 궁터마을은 일교차가 큰 산간 고랭지의 기후 특성을 갖고 있어 약용작물이나 과수 재배에 유리하다. 일조량 역시 약용작물인 오미자 재배를 위한 천혜의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마을의 특산품 역시 오미자다. 이곳에서 재배한 오미자는 특유의 맛과 향, 선명한 붉은 빛깔, 탁월한 약효 등으로 인기가 높다. 직접 마을에서 재배한 오미자로 만든 오미자 와인과 계절별로 따서 과일 셰이크를 곁들이는 오미자 칵테일도 산중에서 맛보는 색다른 맛이다.

주변에 유명 관광지도 많다. 문경에는 주흘산 대야산 희양산 황장산 등 명산과 고산 준령들이 빚어낸 수려한 계곡이 곳곳에 펼쳐져 있다. 술을 담으면 술사발, 밥을 담으면 밥사발, 차를 담으면 찻사발이 되는 ‘막사발’의 본향으로 도예 장인들의 혼이 골골이 배어 있다. 대자연의 비경과 그 속에 담긴 역사와 전통, 문화가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면서 문경은 관광·휴양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이 중 석탄박물관은 문경지역에 산재하던 20여개의 탄광이 폐광의 길을 걸음에 따라 후세들에게 석탄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고, 석탄산업에 대해 이해를 돕기 위해 건립됐다. 1층 전시관과 2층 전시실, 야외전시장, 갱내 전시실로 이뤄져 있으며 갱내 전시실은 230m의 실제 갱도를 이용한 생생한 체험을 할 수 있어 더욱 더 생동감이 넘친다.

문경시 문경읍 일대에는 10여개의 도예마을이 있다. 문경지역의 도자기 생산은 조선 초기부터 시작됐는데, 현재까지 옛 전통 방식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이 밖에 문경새재, 문경온천, TV 드라마 태조 왕건과 연개소문 촬영장, 짚라인, 철로자전거, 래프팅, 승마체험, 클레이사격장, 쌍룡계곡, 용추계곡, 대승사 등이 자리잡고 있다.

찾아 가는 길

서울에서는 영동고속도로를 통해 중부내륙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이후 문경새재IC로 빠져나와 가은, 농암을 거쳐 궁기1리에 접어들면 문경 궁터체험마을에 들어선다. 부산에서는 대구를 거쳐 중부내륙고속도로로 바꿔 타고 점촌, 함창IC로 나와 같은 코스로 이동하면 마을 간판이 나타난다. 광주에서는 88고속도로를 거쳐 경부고속도로로 갈아 탄 뒤 구미를 지나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된다. 홈페이지(www.gungteo.com)를 방문하면 숙박 및 체험 프로그램 등을 알 수 있고 예약할 수도 있다. (054)571-8395

문경=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