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는 26일 극단적인 저평가(딥 밸류)에 따른 단기 기술적 반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유럽 변수에 따른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코스피지수는 전날 스페인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경제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유럽안정화기금(EFSF) 등급 전망 하향과 미국 애플의 '어닝쇼크'까지 겹쳐 연중 최저점(종가 1769.31)을 경신했다. 다만 장 후반 보험 중심의 기관 프로그램 순매수 확대로 낙폭을 줄이며 장을 마쳤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기업실적이 엇갈리며 심한 등락을 보이다가 혼조세로 마감했다. 경제지표도 부진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6월 신규 주택판매는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달보다 8.4% 줄어든 총 35만 가구(연환산 기준)로 집계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극단적인 저평가(Deep Value) 구간에 진입했다며 지지력을 확보한 뒤 상승 반전을 시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유로존 이슈가 가닥을 잡기 전까지 본격적인 상승 흐름을 타기보다 변동성을 키우며 등락을 거듭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사태와 애플의 지난 분기 실적 실망 속에서도 코스피지수가가 어느 정도 하방 경직성을 보여준 것은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 매력 때문" 이라며 "7월 중국 구매자관리지수(PMI)의 상승 반전에 따른 경기회복 가능성과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증시의 극단적인 저평가 구간 진입은 글로벌 경기부양책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주 예정된 미국 중앙은행(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유럽중앙은행(ECB) 금융정책위원회 회의에서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 심리가 커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유럽사태 봉합을 위해 주요국들의 움직임이 빨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심리 완화에 일조할 것" 이라며 "미국·중국(G2)이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증가하는 것도 주가의 하방 경직성을 어느 정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주식 비중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완화되는 등 세계 경제의 회복세를 확인한 다음으로 늦추라고 조언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무디스는 25일(현지시간) 란데스방크와 IKB 도이체 산업은행, 도이체 포스트방크 등 독일 17개 은행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 23일 독일과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최상위 AAA 신용등급인 3개 국가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어 독일 6개 주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조용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양호한 실적을 올린 국내 기업들의 주가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경제 펀더멘털(내재 가치)의 회복 징후를 확인하는 안정 지향적인 투자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기술적 반등을 한 뒤 약세장을 지속할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식시장에선 의미 있는 중기 저점 신호가 발생하지 않았다" 며 "단기적으론 스페인 문제에 대한 정책 당국의 개입 가능성과 중국 경기지표에 대한 반등 기대로 증시는 기술적인 반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는 기술적 반등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비중을 늘리는 전략은 시기상조"락 덧붙였다.

주말에 예정된 경제지표들이 향후 전개될 상황들에 대한 방향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 연구원은 "유럽에서 구체적인 실행안이 나오거나 G2의 펀더멘탈이 개선되는 등의 거시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개별 기업들의 실적 호조로 버티기에는 시장의 분위기가 호락하지 않다" 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중국의 경기선행지수 등이 이번 주중 발표되기 때문에 경제 지표와 이슈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