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음반 '여름밤'..여름에 쓴 자작곡 담아

오전 11시였지만 장재인은 머리카락의 물기도 말리지 못한 채 나타났다.

그는 "어제 신곡의 티저 영상 촬영을 하고 늦게 일어났다"고 배시시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2010년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2'에서 '톱 3'에 오르며 젊은층의 통기타 열풍에 불을 지핀 여성 싱어송라이터 장재인(21).

평소 엉뚱하고 털털하다는 말을 듣는 그답게 민낯도, 젖은 머리카락도 그리 신경쓰이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나 인터뷰 자리에 앉아 다음 달 1일 발표할 두 번째 미니음반 '여름밤' 이야기가 시작되자 어수룩하던 표정은 확 달라졌다.

직접 프로듀싱을 하고 전곡을 자작곡으로 채운 새 음반은 그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듯 보였다.

작곡가 김형석의 기획사와 계약이 만료된 뒤 함께 일하던 매니저와 손잡고 내는 첫 음반이자 자신의 감성 그대로를 꺼내 보이겠다는 결심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기획사와 계약이 만료된 뒤 정원영 교수를 비롯해 장필순, 이적, 장기하 선배들과 사석에서 만나며 조언을 들었어요. 선배들이 '언제까지 보호막 안에 있을 거냐. 너와 부딪혀보라'고 하셨죠. 편곡, 프로듀싱 측면에서 전문가의 도움도 좋지만 '도망치지 말고 직접 해봐라. 잘되든 안되든 엄청 배울 것'이라고요."

선배들의 쓴소리에 탄력을 받은 그는 바로 새 음반 작업에 착수했다.

이때부터 자신과 대중의 접점이 되는 음악이 무엇인지 고민이 시작됐다.

지난해 첫 미니음반의 성적이 다소 아쉬웠던 탓도 있다.

그는 "'슈퍼스타K 2'에서 어쿠스틱한 포크 감성을 전달했기에 첫 음반이 배반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다"며 "당시 타이틀곡에 미디(MIDI) 사운드가 들어가 컴퓨터 음악처럼 들렸을지도 모른다. 세련된 아이돌 음악 시장에서 홍대 시절부터 하던 통기타 음악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란 생각으로 사운드를 계속 덧입힌 결과였다"고 돌아봤다.

자극이 된 건 상반기 '슈퍼스타K 3' 준우승 출신인 버스커버스커 음반의 돌풍이었다.

"버스커버스커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전 거리에서 공연하던 그대로의 음악을 선보여 큰 사랑을 받았죠. 본연의 모습에 사람들은 호응한 겁니다. 저도 버스커버스커를 보며 용기를 얻었어요. 홍대 클럽 시절 선보인 제 예전 감성을 받아들여 줄 거란 희망이 생긴 거죠."

그는 15살 때부터 늘 가방에 넣어 다니던 작곡 노트를 찬찬히 훑기 시작했다.

10대와 20대를 막 넘으며 썼던 악보를 골라내자 음반을 관통하는 주제는 여름이었다.

"수록곡들은 모두 여름에 작사, 작곡한 곡들이에요. 2008년 여름부터 올여름까지 쓴 곡들이어서 10대부터 스무 살 언저리 장재인의 여름 감성이 담겼죠."

타이틀곡 '여름밤'은 고교 자퇴 후 서울에 상경한 2008년 열일곱 살 여름에 쓴 곡으로 홍대 클럽에서 활동하던 시절 필수 공연곡이었다고 한다.

"그때는 연애도 안 해봤는데 사랑에 설레는 소녀 감성이 나왔다"며 "요즘은 이런 노랫말이 안 나온다"고 웃었다.

'레이니 데이(Rainy Day)'는 지난해 여름 장마가 시작될 때 빗소리를 들으며 쓴 곡.

"'레이니 데이'는 처음부터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쓴 곡이어서 코드 진행과 구조가 기존 제 스타일과 차이가 있어요. 솔직히 윤하 언니가 떠올랐는데 결국 제가 부르게 됐네요."

여름이란 주제를 관통하는 사운드는 더위를 날릴 냉기보다 개운한 청량감이 느껴진다.

통기타 사운드가 전면에 나서 어쿠스틱한 사운드가 도드라진다.

그는 "수록곡 '스텝(Step)'만 기타 코드 4개로 만든 뒤 피아노 루프를 얹었을 뿐 나머지 곡들은 모두 통기타로 작곡했다"며 "이전 기획사에서 전문가들로부터 편곡과 프로듀싱 과정을 배워 편곡 작업을 할 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들여 만든 음반의 성적을 장담하기 어려울 터. 아이돌 가수들이 홍수를 이루며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은 존재감을 확인시키기 더욱 어려운 시장이 됐기 때문이다.

"전에는 아이돌 가수들과 같이 가려 했지만 지금은 서로 갈 길이 다르다는 생각에 마음을 비웠어요. 제가 그들처럼 멋있는 외모, 화려한 퍼포먼스로 무대 보는 재미가 있는 가수는 아니잖아요. 하하. 전 듣는 재미를 드리려고요."

'슈퍼스타K 2' 당시 워낙 화제가 됐기에 인기의 부침에 대한 상실감은 들지 않았을까.

그는 "한창 주목받을 때도 이미 '이건 잠시'라고 생각했다"며 "그 인기는 내 캐릭터 혹은 프로그램의 인기였다"고 웃었다.

스스로 "흥행곡도 없는 초짜"라는 그는 왕성하게 활동 중인 '슈퍼스타K 2' 동료 허각과 존박에 대해서도 박수를 보냈다.

"허각 오빠는 단단한 알맹이가 있는 목소리예요.

결코 평범한 음색이 아니죠. 오빠가 음반 내면 음악차트 들어가 보고 기사가 뜨면 무조건 클릭해요. 또 존박 오빠는 개성 강한 음색이어서 걱정됐는데 다행히 음반이 대박났죠. '대중이 알아보는구나'라고 느꼈어요."

장재인은 이번 음반을 내며 다시 출발선에 선 모습이었다.

음악을 하겠다고 고교 1학년 때 자퇴하고 광주에서 상경해 고시원 생활을 했을 때, 거리 공연을 하던 시절이 떠올랐다고 했다.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음반 발매 당일 서울 시내 여러 공원을 돌며 공연도 펼칠 계획이다.

또 그는 자신의 다음 음반 계획도 쏟아내며 의욕을 보였다.

"이미 두 장의 정규 음반과 한 장의 미니음반을 낼 분량의 곡을 써뒀어요. 1집은 무게감 있는 곡을 채워 우울한 느낌이 가득할 거에요. 2집은 1930년대 곡 '오빠는 풍각쟁이' 같은 느낌이 반영돼 밝을 거고요. 제 감성을 담은 진심 어린 음악을 지치지 않고 들려 드릴게요."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